보석은 어떻게 ‘발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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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4, 2026

글·인터뷰 고성연

19세기 말~20세기 초반 문화 예술의 황금기로 불린 ‘아름다운 시절(벨 에포크)’ 시대의 파리에서, 세계 최고의 주얼리 메종들은 방돔 광장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빛과 장인 정신, 권력과 미학이 교차하며 ‘하이 주얼리’라는 언어가 형성된 상징적 장소로 지금도 그 위상을 지키고 있다. 이 살아 있는 유산에서 출발한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의 지식 플랫폼, 레꼴 주얼리 스쿨(L’ÉCOLE, School of Jewelry Arts)이 드디어 서울에서 첫 정규 과정을 선보인다. 보석에 다층적인 관심을 지닌 이들 사이에서 열렬한 호응을 받아온 이 ‘노마딕 스쿨’은 단기 워크숍을 넘어 깊이 있는 학습 구조로 한국을 찾아온다. 보석을 단순히 소유하거나 감상하는 대상이 아니라, 지식 체계로 ‘발견’하는 경험이 서울에서 새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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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은 단순히 아름답고 희귀한 장식이 아니라, 지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해온 물리적 기록이자 감각적 언어다. 보석학에서 정의하는 천연 보석의 범주는 광물에서 유기 기원의 진주와 호박, 그리고 극단적인 지질 조건에서 생성된 결정체까지 포함한다. 마치 화가의 팔레트처럼 모든 색조를 품고 있으며, 빛의 입사각과 파장의 흡수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이처럼 보석을 역사와 감각, 과학의 교차점에서 해석하는 시선은 6월 말 서울에서 전개되는 레꼴 주얼리 스쿨의 핵심과 맞닿아 있다. 하이 주얼리 브랜드 반클리프 아펠이 전적으로 후원하는 레꼴 주얼리 스쿨은 교육과 전시, 출판, 연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주얼리를 단순한 공예나 장식이 아닌 문화적 지식의 영역으로 다뤄왔다. 2012년 파리에서 설립된 이래 홍콩, 상하이, 두바이에도 캠퍼스를 두면서 유기적으로 확장해온 글로벌 프로젝트.

서울 북촌의 문화 예술 명소인 푸투라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3주(6월 25일~7월 15일)에 걸쳐 총 1백5개의 강좌를 진행한다. 교육은 주얼리의 역사, 젬스톤의 세계, 그리고 세공 기술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강의와 실습이 긴밀하게 교차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장인, 보석학자, 미술사학자가 참여하는 수업은 소규모로 운영되어 보다 밀도 높은 관찰과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에서는 실험 고고학 기반의 연구 프로젝트인 ‘켈트 토르크(Celtic Torque) 복제 연구’라든지 신라 유물과의 비교 같은 이슈도 다룬다. 이번 프로그램과 함께 공개되는 전시 〈에메랄드 정원 – 원석의 발견〉은 보석을 둘러싼 지식과 감각, 역사적 맥락을 동시에 탐구할 수 있는 기회다. 보석을 ‘보는 것’을 넘어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고, 해석되며, 문화적 상징으로 축적되어온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경험의 장이다.




interview
올리비에 세구라
(Olivier Segura)_레꼴 주얼리 스쿨 아시아 퍼시픽 지사장


보석학자 출신인 올리비에 세구라는 2018년 레꼴 주얼리 스쿨에 사이언티픽 디렉터로 합류해 보석학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프랑수아 파르주와 함께 〈보석의 발견〉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 2023년 서울 디뮤지엄에서 열린 〈반클리프 아펠: 시간, 자연, 사랑(Van Cleef & Arpels: Time, Nature, Love)〉 전시 당시에도 서울을 찾았고, 이번에도 북촌 한옥마을에 머물면서 푸투라서울에서 열리는 레꼴 주얼리 스쿨에서 강의를 맡는다. 다음은 올리비에 세구라 지사장과의 인터뷰 문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SC(Style Chosun, 이하 SC) 주얼리 문화의 정수를 소개하겠다는 취지로 2012년 파리에서 시작했지만, 여러 도시를 순회하는 ‘노마딕 스쿨’ 형태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될 줄 예상하셨나요?  

“전혀 몰랐습니다. 당시엔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해 주얼리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교는 있었지만, 누군가와 대화하고 전시를 보며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장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레꼴이 탄생했죠. 매달 1~2주 정도 정기적으로 코스를 운영했고, 단과 수업을 듣거나 여러 강좌를 선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명확한 향후 계획은 없었습니다. 저희 모델은 굉장히 독특하고 비교할 대상도 없던 터라, 오히려 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는 자유를 누릴 수 있었죠.”


SC 호응에 힘입어 점차 진화했는데, 지금처럼 전시와 연구까지 확장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기에는 강의와 전문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만 존재했습니다. 당시엔 이렇게 확장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지만, 현장에서 사람마다 지식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강의실 수업, 전시, 팟캐스트, 전문가 프로그램 등 저마다 선호하는 방식이 있는데, 저희는 이를 ‘지식으로 향하는 다양한 경로’라고 표현합니다. 레꼴을 시작한 지 5~6년쯤 지나 파리에서 작은 전시를 열었는데,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좋았고, 그때 사람들이 주얼리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전시 프로그램을 키워나갔고, 오늘날에는 박물관과 대학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대규모 전시·연구 프로젝트로 확장했죠.”

SC 실습을 하는 참여형 수업 방식은 설립 초기부터 고수해온 레꼴만의 원칙인가요? 기존의 이론 중심 수업과는 사뭇 다른 경험일 것 같네요.  

“네, 저희는 설립 초기부터 레꼴의 교육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했고,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문가와 함께 프로그램을 설계했습니다. 학생들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보석 주위를 직접 돌아다니고, 서로 토론하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죠. 사람은 한 주제에 20분에서 30분 이상 집중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실습 후 이론으로 돌아가고, 다시 실습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흐름에 변화를 줍니다. 굉장히 이론적인 주얼리 역사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실제 보고 만지고, 주얼리를 가지고 서로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도록 구성합니다.”

SC 보석학자 출신으로 레꼴에서는 사이언티픽 디렉터로 시작하셨습니다. 전문가들이 직접 현장에서 얻은 경험도 수업에 반영되겠죠?  

“그럼요.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루비 코스를 준비할 때는 직접 미얀마의 광산에 가서 현장을 기록하고, 가열 처리 과정을 수행하며, 광부와 현지 전문가를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수집한 다양한 스톤을 실제 수업에 가져와 학생들이 직접 만지고 실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가 현장에서 느낀 감정과 경험을 강의실에서도 그대로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SC 누구에게나 열린 수업을 추구하는 과정답게 어린이, 장애인 등 여러 대상을 배려한 세심한 면모도 눈에 띕니다.  

“레꼴에서는 어린이 워크숍을 함께 운영하고 있고, 어린이를 위한 주얼리 전문 서적도 출판할 예정입니다. 홍콩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별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습니다. 컬러, 브릴리언트 컷, 광채처럼 본질적인 시각적 요소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해왔죠. 이를 위해 ‘터치 & 필’ 촉각 자료를 개발해 손끝으로 보석의 색과 컷의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3D 기술과의 협업도 활용합니다. 홍콩에서 열릴 산호 전시의 경우 실제 유물을 사용할 수 없어 3D 프린팅과 레진으로 정교하게 재현하기도 했습니다. 핵심은 물리적으로 접근할 수 없는 오브제도 경험 가능한 지식으로 전환하는 것이죠.”

SC 전 세계로 레꼴을 확장하며 현재 네 곳에 상설 캠퍼스(파리, 홍콩, 상하이, 두바이)를 두고 있는데, 도시를 선정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있나요? 일종의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확장하는 느낌도 듭니다.  

“명확한 비즈니스 논리가 존재한다기보다 굉장히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발전 과정에 가깝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서울 행사처럼, 홍콩과 두바이에서도 처음에는 단기 ‘노마딕 스쿨’ 형태로 시작할 기회를 얻었고, 매번 ‘다시 돌아와달라’, ‘정식 학교를 열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2012년 파리에서 첫걸음을 뗐으니 올해로 14년째인데, 길다면 긴 여정이지만, 1백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메종과 비교하면 저희는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단계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캠퍼스가 생겨날 것입니다.”

SC 이번 레꼴 주얼리 스쿨 서울은 3주 동안만 진행되기 때문에 인원 자체가 제한적인 걸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수업이 있다면요?  

“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보석학(gemology) 코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은 팀을 나눠 스톤의 물리적, 화학적 차이를 분석하고, 어떤 것이 진짜 사파이어인지 밝혀내야 합니다. 동료와 협업하고 다른 팀과 경쟁하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나고 역동적이기 때문에 강의실 분위기도 매우 활기찹니다. 3년 전 서울의 단기 코스에서 ‘장인 정신’이라는 주제만으로도 즉시 집중하고, ‘주얼리 세공에 어떤 기술이 숨어 있는지 더 알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 기억납니다.”

SC 이번에 함께 꾸릴 <에메랄드 정원 – 원석의 발견> 전시도 궁금합니다. 에메랄드가 오랫동안 특별한 상징으로 여겨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포괄적인 구성을 지닌 이번 전시는 세 챕터로 나뉩니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에메랄드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에메랄드는 보석학적으로 ‘베릴(Beryl)’이라는 광물 패밀리의 일원인데, 사실상 존재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돌입니다. 극적이고 예외적인 지각변동으로 전혀 다른 두 지층이 만나야 탄생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극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산출됩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인간이 에메랄드를 어떻게 세공하고 장인 기술로 발전시켜왔는지 다룹니다. 흔히 모서리가 사선으로 깎인 직사각형 모양의 커팅 방식을 ‘에메랄드 컷’이라고 부르죠. 모서리가 충격에 약한 에메랄드의 파손을 줄이려고 이런 커팅 방식이 발전했고, 이것이 독창적인 미학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세 번째 챕터는 에메랄드가 역사적으로 권력의 상징으로 사용되어온 과정을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하이 주얼리 작품을 통해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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