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미술관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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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 2026

글 고성연



우리 역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화가, 겸재 정선의 풍부하고 깊은 작업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역대급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겸재 탄신 350주년을 기념해 간송미술문화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이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개인 소장가들이 협조해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작품 2백16점을 선보인다. 2022년부터 준비해온 전시로, <경교명승첩>과 <해악전신첩>에 수록된 회화 전면이 처음 공개된다. 대표작을 넘어 한 화가의 삶과 인간관계, 작품 세계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기회다. 전시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경교명승첩>에서는 정선의 일상과 예술적 교류를 만난다. 책이 놓인 방 앞에서 화초를 바라보는 ‘독서여가’는 작품 속 인물의 일상뿐 아니라 화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평생의 벗인 시인 이병연과 시와 그림을 주고받으며 쌓은 우정은 ‘시화환상관’과 ‘촉재제시’에 담겼다. 별도 공간에서 선보이는 ‘청풍계’는 스승 김창흡의 집안과 인연이 깊은 장소를 그린 작품이다. 한양 장동에서 비롯된 안동 김씨 가문인 장동 김문과의 인연은 그가 당대의 주요 인물들과 교류하며 화가로 성장한 배경을 보여준다. 정선의 시선은 한양과 한강 주변에서 영남의 풍경, 전국 각지의 명승으로 뻗어나간다. ‘달성원조도’, ‘도산서원’, ‘박생연’ 등은 실제 경관을 관찰하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진경산수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작업 세계를 산수화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중국 고사를 조선의 풍취로 풀어낸 ‘여산초당’과 꽃과 동물을 생동감 있게 담아낸 <화훼영모화첩>은 고전과 일상을 넘나든 화가의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마지막 전시실은 정선이 평생 즐겨 그린 금강산과 관동의 풍경으로 채워진다. 국보 ‘금강전도’와 보물 ‘풍악내산총람’을 비롯한 작품을 비교하면, 젊은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진경산수가 어떻게 변화하고 무르익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실제 경관에서 출발한 그림은 세월이 흐르며 점차 응축되고 추상적인 시선으로 나아간다. 이번 전시는 단지 조선의 풍경을 그린 화가를 넘어, 우리 산천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평생에 걸쳐 완성해간 예술가를 만나게 한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위: 4부 진경산수 Ⅲ 금강산과 관동 섹션에서 소개되고 있는 ‘금강전도’와 ‘풍악내산총람’. ※ 이미지 제공_대구간송미술관
아래: 2부 진경산수 Ⅱ 지역 명승 섹션에서 겸재가 지방관 시절 남긴 영남의 진경산수를 선보이는 특별 공간. ※ 이미지 제공_대구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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