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발견’이 시작되는 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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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4, 2026

고성연(타이베이 현지 취재)

카펠라 타이베이(Capella Taipei)

요즈음 글로벌 호텔 생태계에서 빠른 속도로 존재감을 불려가는 브랜드를 꼽자면 카펠라를 빼놓을 수 없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중국(상하이, 싼야, 마카오), 인도네시아(발리), 태국(방콕), 베트남(하노이)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온 이 럭셔리 호텔 그룹의 공간들은 각종 베스트 순위에 빈번히 이름을 올리고 여행자들 사이에서 팬을 자처하는 호의적인 입소문을 타왔다. 세심한 배려가 깃든 서비스, 현지의 역사와 감성을 반영한 디자인,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흥미롭게 엮어 투숙객들에게 힐링과 탐구적 경험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이 그 인기의 바탕을 이룬다. 이 브랜드에 대한 궁금증이 쌓여가던 차에 지난해 4월 문을 연 카펠라 타이베이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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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펠라(Capella)’라는 명칭은 천문학 애호가들에게는 마차부자리의 으뜸별로 친숙한 이름이다. 마차부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이 ‘α(알파)’ 별은 주변 별들과 함께 커다란 오각형을 이룬다. 북반구 기준으로 겨울철의 일등성 중 북동쪽 하늘에 제일 먼저 뜨기에 ‘겨울 전령’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카펠라 호텔 & 리조트(Capella Hotel & Resorts)의 심벌도 별 모양이다. 마침 필자가 겨울철에 찾은 카펠라 타이베이는 1백 년된 나무들이 울창하게 늘어선 폭이 넓고 정돈된 가로수길인 둔화북로를 지나다 보면 절로 눈길이 가는 커다란 고층(20층) 건물에 자리하는데, 꼭대기에 별 장식을 둔 늠른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일등성의 무게감에 어울리는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진입로를 지나 살짝 안에 숨어든 정갈한 호텔 입구로 들어서면 중앙의 벽을 수놓은 아름다운 태피스트리가 시선을 사로잡는 실내 공간이 반겨준다. 대만의 안개 낀 산과 유려한 계곡의 자연미를 포착한 타이난 출신의 예술가 리천린(Lee Chen-Lin)의 작품이다. 전통과 현대적 도시 서사의 엮임에 고요한 시적 감성이 스며든 ‘모던 맨션(Modern Mansion)’이라는 호텔 디자인의 키워드가 저절로 수긍되는 첫인상이다. 지난봄 문을 연 이래 타이베이 최고 럭셔리 호텔의 위용을 뽐내고 있기에 세련된 인테리어로 빛나는 공간을 상상했다면, 그도 분명 맞겠지만, 어쩌면 이곳에서 그려질 마음의 풍경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 아니라 ‘거주하는 듯한 감각’ 속에서 도시의 속도를 재정의하는 경험을 선사해줄 호텔로 면밀히 기획되고 세심한 손길로 꾸려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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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고요한 ‘모던 클래식’ 안식처
개인적으로 카펠라 타이베이가 궁금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호텔의 전반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앙드레 푸(André Fu)다. 홍콩 태생으로 10대에 영국으로 떠나 건축(케임브리지 대학)을 전공한 그가 유럽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할 무렵, 루이 비통의 디자인 프로젝트인 ‘오브제 노마드’에 처음 합류한(2018년) 밀라노 현지에서 마주친 인연이 있어서다. “저에게는 사람들이 직접 모여 의견과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점점 진화하는 디지털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당시 그는 이렇게 밝혔다. 커다란 저택 안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거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아늑한 살롱이 계속 펼쳐지는 듯한 카펠라 타이베이의 공간 디자인은 이 같은 지향점을 반영하면서 동시에 현지의 정서를 투영한 문화적 감각을 중시하는 호텔의 브랜드 철학이 묻어난다. 로비와 식음 공간이 자리한 1층과 2층을 비롯해 체크인/아웃을 진행하고 각종 컬처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공간이다. 또 다과와 음료 등을 제공하는 투숙객 전용 휴식 라운지인 ‘리빙 룸’(14층) 등은 전반적으로 우아한 ‘모던 클래식’ 분위기 속에 각각의 세부적인 결을 갖춘 시각적 여정을 선사한다. 그리고 며칠 동안 머무르다 보면 호텔의 세계관을 둘러싼 눈에 보이지 않는 유연한 감성의 연결 고리가 느껴진다. 앙드레 푸는 “제 비전은 편안한 럭셔리를 조용히 큐레이션한 프라이빗 저택으로 해석하며, 현대적 감각과 문화적 특색을 통합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특유의 ‘여유로운 리듬’이 느껴지는 그의 개성은 호텔 곳곳에서 부드럽고도 생기 있는 곡선과 따뜻한 색감으로 나타난다. 객실에 머무르지 않더라도 앙드레 푸의 디자인감성을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은 1층에 자연광이 스며드는 창들을 벗하며 자리한 올데이 라운지 ‘플룸(Plume)’이다. 샴페인을 곁들인 굴을 얼마든지 제공하는 조식을 비롯해 애프터눈 티, 커피나 칵테일 등을 즐길 수 있는 전천후 라운지인데, 프랑스 예술가 엘사 라모(Elsa Rameau)의 커미션 작업으로 대만의 푸른 까치 모티브가 그려진 테라코타와 캐멀 샌드 팔레트 벽화가 눈요기도 시켜준다. 무려 8백 개의 하드우드 블록으로 만든 우아한 곡선 난간이 있는 공간에는 계단의 유동적 형태와 공명하는 듯한 조각 작업 ‘콰이어트 다이내믹스’가 자리해 차분함 속 심미적 감흥을 더해준다. 고층부에 자리한 객실(모두 86개) 디자인 역시 비슷한 맥락에 놓여 있다. 창 너머로 스며드는 도시의 색과 자연광, 단정하면서도 따스한 정감이 어린 분위기, 그리고 영국 장인 드 고르네이와 앙드레 푸 리빙의 협업으로 섬세하게 손으로 그려지고 은색 금박으로 장식된 실크 패널 같은 요소들은 예술적 감성을 드러낸다. 일부 객실에서는 타이베이 101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고, 개인 발코니나 야외 수영장이 있는 넓은 알프레스코 테라스를 갖춘 럭셔리 스위트도 구비되어 있다. 교회나 수도원을 연상시키는 경건한 분위기가 얹힌 웰니스 공간을 비롯해 전통 료칸 건축에서 영감받고 와비사비(侘寂) 철학을 수용한 일식 오마카세 레스토랑 미즈, 풍성함이 느껴지는 현대적인 그릴 레스토랑 엠버 28, 붉은 지붕의 요소를 재해석한 광둥 요리 레스토랑 롱주 등 저마다의 다이닝 공간도 호텔을 찾는 이들에게 풍부한 감각적 스펙트럼을 선사한다(예약은 필수일 만큼 인기도 많다). 이 밖에 카펠라 타이베이에서 150m가량 떨어진 거리에 오픈한 독채로 틸트(Tilt), 쿠퍼(Cooper), 플레이백(Playback) 등 세 곳의 세련된 바(bar)를 한 지붕 아래 둔 ‘더 글라스하우스(The Glasshouse)’도 지난가을 등장해 믹솔로지 팬들 사이에서 핫플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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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을 넘어 도시의 일부로 스며들다
그래도 경험의 캔버스의 전당으로는 아무래도 앞서 언급했던 전천후 공간인 ‘리빙 룸’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카펠라 호텔 그룹이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컬처 큐레이션’의 정수를 담은 공간이어서다. 투숙객을 맞이하고 하루의 계획을 빚어내기도 하는 이 공간은 이름대로 안락한 거실처럼 꾸몄다. 여기서 단순한 컨시어지를 넘어 취향을 읽어내며 맞춤형 제안을 해주는 컬처리스트의 존재가 빛을 발한다. 아침저녁으로 호텔 일대의 동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리추얼’ 세션이라든지, 간이 워크숍 같은 방식으로 현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카펠라 모먼츠’ 세션 등 짧지만 알찬 프로그램이 투숙객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무료). 예컨대 필자의 경우에도 대만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는 하카족에 대해 알아보는 세션이라든지, 대만 현지의 차 문화와 산지를 익히는 ‘시음’ 세션으로 기대보다도 훨씬 더 밀도 있고 흥미로운 경험의 여정을 누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네 커뮤니티와 짧게나마 호흡을 하며 도시의 매력을 느끼고자 한다면 ‘카펠라 큐레이츠(Capella Curates)’라는 탐방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몇 차례 거쳐 가기는 했지만 그 알맹이를 잘 몰랐던 쑹산구의 진면목을 일부나마 느끼고 배움과 힐링이 함께하는, 차후에 보다 깊이 있는 문화적 여정으로 이끌 수도 있는 ‘발견의 산책’이다. 어쩌면 카펠라 타이베이가 진정 흥미로운 지점은 럭셔리 호텔 공간의 경험이 아니라 완성된 공간 너머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Taipei Story

01 타이베이(Taipei) 이야기_빌딩 숲 사이의 ‘작은 오아시스’를 보다 보러 가기
02. 쑹산구 ‘감성 산책길’_도시의 리듬 속 여유로이 거닐기 보러 가기
03. 카펠라 타이베이(Capella Taipei)_‘의미 있는 발견’이 시작되는 캔버스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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