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생동하는 음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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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1, 2023

글 고성연

타이베이 비엔날레(Taipei Biennial) 2023_<Small World>
하나의 도시를 지역적인 동시에 글로벌 맥락에서 볼 때 2년마다 치러지는 국제 미술제인 비엔날레를 경험해보는 건 괜찮은 여행법일 수 있다. 여행 후보지로 점찍은 도시에서 마침 비엔날레가 열리는 시기라면 일정을 조율해볼 만하다는 얘기다. 물론 ‘미술계 올림픽’이라는 이미지를 반영하듯 도시마다 앞다퉈 나서는 탓에 불거진 ‘비엔날레 과잉’ 현상에 절로 눈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진부한 기획과 대동소이하게 느껴지는 구성에 더러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얻기도 한다. 풍성한 고유의 문화적 매력을 지닌 대만의 타이베이. 이 도시에서도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 깊은 비엔날레가 개최된다. 여러 곳에 흩어지지 않고 오롯이 한 미술관을 전시 무대 삼고 ‘음악’을 주요 매개로 해서 펼쳐질 타이베이 비엔날레 2023의 존재감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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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 유수 도시에 가면 근현대미술을 다루는 미술관의 풍경은 이따금씩 인파로 가득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북적댄다. 인기 만점 전시는 길게 줄을 서다 못해 여러 겹으로 똬리를 틀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중성은 갖추게 되었지만 실험성이 많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곧잘 받기도 한다. 동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관통하는 첨예한 이슈를 다루는 미술계의 장으로 여겨지는 비엔날레도 마찬가지다. 손에 쥔 예산을 놓칠세라 세금으로 출혈 경쟁을 한다는 눈총을 받는, 역사도 체계도 부족한 ‘무늬만 비엔날레’가 은근히 많다. 하지만 엄연히 미술품을 거래하는 상업 장터인 아트 페어와 달리 비엔날레는 여전히 진지한 사명과 그에 걸맞은 무게감을 지닌 다수를 위한 플랫폼이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예술가들과 더불어 ‘전시의 예술’이라 여겨지기도 하는 창조 활동을 하는 ‘전시 기획자(큐레이터)’가 다양한 분야의 인재와 협업의 장을 펼치는 무대이자, 시민을 초대하는 도시의 축제이기도 하다. 오는 11월 중순 막을 올리는 타이베이 비엔날레(2023. 11. 18~2024. 3. 24)는 주제와 접근 방식, 구성 등을 볼 때 이 도시의 체류자나 여행자에게 흥미로운 제안과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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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룸’과 ‘시네마 하우스’로 동시대와 공명하기
타이베이 비엔날레 2023의 전시 제목은 ‘스몰 월드(Small World)’. 포스트팬데믹 시대에 신중하게 내민 ‘small’이라는 단어에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인류가 겪어낸 글로벌 팬데믹을 계기로 서로가 한층 가까워졌다는 의미에서, 반대로 격리의 위협으로 사회가 더 작은 단위로 쪼개졌다는 의미에서 ‘세상은 작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가능성과 위협이 공존하는 딜레마의 세상이다. 서로가 밀착적으로 연결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떨어질 수도 없는 ‘유예된 상태’의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버텨내고 나아갈 수 있을까? 다수의 국제전과 전시를 기획해온 프레야 추(Freya Chou),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에디터이자 작가 브라이언 쿠안 우드(Brian Kuan Wood), 연구자이자 큐레이터 림 샤디드(Reem Shadid)가 뭉쳐 전시 감독을 맡은 타이베이 비엔날레는 이렇게 질문하는 듯하다. 그리고 우리가 직면한 일상의 딜레마를 마주하고 그 실타래를 풀어보고자 고민하고 저항하고 신명 나게 몸부림칠 수도 있는 장을 선사한다. 1998년부터 비엔날레를 주최해온 타이베이 시립 미술관(TFAM) 3개 층에 걸쳐 전시를 펼치며, 중심 매개체로 ‘음악’이 자리한다. 프레야 추는 “음악과 음악에 다가가는 여러 방식은 비엔날레에서 다루는 이슈를 생각해보는 데 있어 중요한 관문(portal) 역할을 합니다”라고 설명하면서 미술관 공간을 ‘뮤직 룸(Music Room)’으로 변모시켰다고 말했다. 감상은 물론 연주, 청음, 퍼포먼스 등 여러 프로그램이 비엔날레 기간 내내 풍부하게 전개될 뮤직 룸은 관객이 듣고, 흡수하고, 즉석에서 발산하면서 긴장과 부조리한 요소들로 점철된 일상에서 우리가 원하는 삶의 명제를 인지하고 사유해볼 수 있는 다층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의 플랫폼이다. 또 매일 선정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시네마 하우스’도 마련돼 있다.
초청 작가 명단에는 50여 명의 다국적 현대미술가·뮤지션이 올라 있다. 피오 아바드(Pio Abad, 런던), 재클린 키요미 고르크(Jacqueline Kiyomi Gork, 로스앤젤레스), 나타샤 사드르 하기기안(Natascha Sadr Haghighian, 베이루트/테헤란), 디제이 스니프(dj sniff, 로스앤젤레스/도쿄) 등 다국적 예술가들을 비롯해 라이 치 솅(Lai Chih Sheng), 리 이 판(Li Yi Fan) , 양 치-추안(Yang Chi-Chuan) 같은 타이베이 현지 작가들은 저마다의 신작으로 주제전에 참여한다. 특히 눈에 띄는 이름 중에는 뉴욕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87세 작가 사미아 할라비(Samia Halaby)가 있다. 팔레스타인 출신인 할라비는 서정미 어린 추상회화로 유명한데, 이번 비엔날레에서 컴퓨터 작업을 기반으로 한 키네틱 페인팅 작업을 활용한 라이브 퍼포먼스를 몸소 보여줄 예정이다. 한국 작가로는 현재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진행 중인 동시대를 대표하는 김범 작가와 카네기 인터내셔널 같은 국제전에 선보이는 등 최근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양유연 작가가 초청됐다. 마음만은 벌써 타이베이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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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비엔날레(Taipei Biennial) 2023]

01. 타이베이 비엔날레(Taipei Biennial) 2023_<Small World>_우리 안에 생동하는 음율  보러 가기
02. 서늘하게 스며드는 불안과 고독에 대하여_Interview with_양유연(Yooyun Yang)_TB 2023 초청 작가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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