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A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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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5, 2017

글 고성연

2014년 가을 개관한 지 3년 만에 무려 3백5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면서 파리의 새로운 문화 명소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루이 비통 재단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 올가을에는 명실공히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이 자랑하는 현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과 손을 잡았다. 지난 10월 초부터 내년 3월 5일까지 열리는 <모마 인 파리(Being Modern: MoMA in Paris)>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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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곳을 둘러싼 진지한 무게감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결코 이 프로젝트를 가볍게 여기지 않았어요.” 2014년 10월 말, 파리 16구의 싱그럽기 그지없는 불로뉴 숲속에 자태를 드러낸 루이 비통 재단미술관을 설계한 건축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는 당시 개관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젊은 시절 파리에 머물기도 했던 만큼 애정을 담았다는 이 미술관은 처음에는 그 화려한 위용 때문인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11회의 기획전을 꽤 멋지게 꾸려오면서 순항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20세기 초반의 아픈 역사 속에 파리로 망명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산 러시아 미술 애호가의 빼어난 컬렉션을 소개한 <현대미술의 아이콘-시츄킨 컬렉션>으로 단일 전시로는 프랑스 최대인 ‘관람객 1백20만 명 동원’이라는 흔치 않은 기록을 세웠다. 올가을부터 내년 봄까지는 ‘뉴욕 MoMA’를 키워드로 삼아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뉴욕과 파리의 예술적 연대
1929년 문을 연 MoMA는 현대미술의 메카인 뉴욕을 상징하는 문화적 성소(聖所)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할 만큼의 존재다. 20세기 전반기에 설립되면서 초창기부터 ‘모던(modern)’이라는 용어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많은 담론과 논쟁을 일으키는 역할을 해왔기에 단순한 미술관 이상의 무게감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루이 비통 재단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마 인 파리(Being Modern: MoMA in Paris)>는 MoMA가 설립된 이래 수집해온 대표작 2백여 점을 소개하는 대형 기획전이다. 근대미술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부터 트렌드와 스타일에 따라 발전해온 미국 추상주의 팝아트, 미니멀리즘 같은 다양한 사조를 아우르는 건 물론이고, MoMA가 진화를 꾀하면서 추구해온 유동적이고 여러 요소가 결합된 설치물 프로젝트 등 그야말로 다채롭고 수준 높은 작품 구성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번에 파리로 건너온 대표작 중에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폴 시냐크,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조르조 데 키리코, 에드워드 호퍼, 마르셀 뒤샹, 알렉산더 콜더, 르네 마그리트, 구사마 야요이, 윌렘 드 쿠닝, 재스퍼 존스 등 쟁쟁한 이름이 대거 포함돼 있다. 또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공간 속의 새’(1928),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의 ‘무제(USA 투데이 신문)’(1990), 칼 안드레의 ‘1백44개의 납 정사각형’(1969), 크리스토퍼 울의 ‘무제’(1990) 등 처음으로 프랑스를 찾은 작품도 있다.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LVMH 그룹 회장의 자문위원 장-폴 클라베리(Jean-Paul Claverie)는 “회화·디자인·건축·사진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미술사적으로도 중요한 핵심 작품들”이라면서 작품 2백 점을 대서양을 가로지르게 하면서 한데 모으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예술적 참여(artistic engagement)’라는 공통된 가치관을 지닌 MoMA와 연대한 덕분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20세기와 21세기를 관통하는 명작의 향연
이번 전시는 미술관 4개 층 전관에서 펼쳐지고 있는데, ‘MoMA의 탄생’에 헌정하는 지하 1층 갤러리에서 시작해 MoMA가 최근 2년에 걸쳐 수집한 현대미술 컬렉션을 모아둔 지상 3층 갤러리에서 끝난다. 몇몇 작품을 소개하자면 지하 1층에는 전통 미술을 존중하면서도 고전적인 예술의 틀을 탈피한 폴 세잔(Paul Ce´zanne)의 혁신적인 남성 누드 ‘목욕하는 사람들(The Bather)’(1885)을 비롯해 회화 예술에 있어 순수한 인식의 절대성을 추구했던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의 ‘절대주의 구성: 흰색 위의 흰색(Suprematist Composition: White on White)’(1918), 1930년대 독일의 정치적 혼돈 상황을 보여주는 막스 베크만(Max Beckmann)의 3연작 ‘출발(Departure)’ 등이 있고, 지상 1층에는 미국 추상주의 대가 엘스워스 켈리(Ellsworth Kelly)의 ‘큰 벽을 위한 색상들(Colors for a Large Wall)’(1951),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의 ‘익사하는 여자(Drowning Girl, 1963)’ 등 미니멀리즘과 팝아트 작품이 있다.
이어 2층에는 비디오 아트의 거장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n)의 ‘휴먼/욕구/욕망(Human/Need/Desire, 1983)’, 70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무제 영화 스틸(Untitled Film Stills Series)’ 등 몸과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표현 방식을 담은 작품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3층을 채운 주요 작품으로는 예술과 세계의 관계성을 나타내는 로만 온닥(Roman Ondak)의 ‘우주 측정하기(Measuring the Universe)’, 뉴욕 브루클린의 지하철역에서 수백 권의 자체 발행 잡지를 포함해 매일 쓰는 휴대폰 속 1백76개 이모티콘 세트를 선보인 렐레 사베리(Lele Saveri)의 공동체 지향적 작품 ‘뉴스스탠드(The Newsstand)’ 등이 있다. 이번에 작품 선정과 구성을 맡은 쿠엔틴 바작(Quentin Bajac)의 바람대로 ‘MoMA전’은 이 아름다운 숲속의 미술관을 찾는 이들에게 MoMA의 철학에 내재된 ‘다학제적 접근’을 보여주는 생기 넘치는 유기체 같은 미술관을 경험하는 인상적인 사례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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