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ess All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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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01, 2025

에디터 성정민

시대를 초월한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여성의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는 매혹의 아이콘이 된 까르띠에 팬더. 이제 이 주얼리 컬렉션은 단순한 모티브를 넘어 메종의 영혼이자 예술적 대담함으로 자리매김했다. 첫 등장과 함께 끊임없이 발전하고 재해석되며 20세기 주얼리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디자인 중 하나가 된 까르띠에 팬더 컬렉션을 재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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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s Cartier Paris © Emile Friant
Nils Herrmann, Collection Cartier ©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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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tion Cartier Paris © Baron Adolph de Meyer
Archives Cartier Paris © Cartier


모든 것은 1914년, 스타일의 요람이라 불리던 파리 뤼 드 라 페 13번지에서 시작되었다. 이곳에서 팬더는 오닉스와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워치의 형태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아프리카 여행 중 먹이를 찾아 헤매는 팬더의 모습에 매료된 루이 까르띠에가 이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만든 것. 이 첫 팬더 워치는 매우 추상적인 형태였으나, 색다른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손목시계 최초로 팬더의 반점 무늬 모티브를 적용한 블랙 & 화이트 페이빙(paving)은 아르데코 양식의 핵심인 대조법의 도래를 알렸다. 이 팬더 워치가 등장한 해와 같은 해 까르띠에가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조르주 바르비에(George Barbier)에게 의뢰한 주얼리 전시 초대장에도 팬더가 등장했다. 이때부터 팬더는 까르띠에의 상징적 언어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팬더를 영원한 까르띠에 컬렉션으로 만든 인물이 있다. 바로 당시 까르띠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쟌느 투상(Jeanne Toussaint)이다. 1933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쟌느 투상의 지휘 아래 팬더는 조작적이고 입체적인 형태를 갖추며 점차 컬렉션 형태로 확장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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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s Cartier Paris © Cartier
Archives Cartier Paris ©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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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tion Cartier Paris © Cartier
Cecil Beaton Archive © Condé Nast
쟌느 투상과 팬더의 만남
쟌느 투상은 예술가들이 넘쳐나는 파리의 사교 모임에서 늘 돋보이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든 이들의 뮤즈 같은 존재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전 그녀는 까르띠에 창립자의 3대손인 루이 까르띠에를 처음 만났다. 1917년 그는 날카로운 지성과 강인한 결단력으로 ‘팬더’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그녀에게 두 그루의 사이프러스나무 사이를 거니는 팬더로 장식한 소지품 케이스를 선물했다. 이후 1919년 쟌느 투상은 직접 팬더 모티브를 더한 골드 및 블랙 캔턴 에나멜 소재의 소지품 케이스를 주문했고, 이때부터 팬더는 그녀만의 특별한 심벌이 되었다. 쟌느 투상의 뛰어난 심미안과 독창성에 감명받은 루이 까르띠에는 그녀에게 메종 합류를 제안한다. 1933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쟌느 투상의 손에서 주얼리, 워치는 물론 핸드백, 소지품 케이스와 담배 케이스에 이어 모든 종류의 액세서리가 탄생한다. 이때부터 쟌느 투상은 뤼 드 라 페 스튜디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며 주얼리 장인과 보석 세팅 장인으로 구성된 남성 직원들을 이끌어 본격적으로 팬더를 컬렉션 형태로 확장한다. 쟌느는 팬더를 모티브로 한 주얼리 제작을 위해 파리 근교에 위치한 뱅센(Vincennes) 동물원을 자주 방문했던 디자이너 피에르 르마르샹(Pierre Lemarchand)과 협업했다. 그는 마치 조각품과 같은 새로운 실루엣으로 1940년대를 대변하는 위풍당당한 팬더를 제작했으며, 각종 팬더 모티브를 재해석해 20세기 가장 매혹적인 주얼리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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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Wulveryck, Collection Cartier © Cartier
Jean Larivière pour Egoïste © Cartier


팬더 컬렉션은 당시 또 다른 유명 인사를 위해 제작한 주얼리 피스로 다시 한번 도약을 이룬다. 바로 기품 있고 사교성이 뛰어났으며 쟌느 투상의 주얼리를 사랑했던 윈저 공작부인이다. 까르띠에와 쟌느 투상은 윈저 공작부인을 위해 두 가지 팬더 브로치를 제작한다. 이 두 브로치 모두 실제 팬더의 모습을 아주 섬세하게 재현한 모습이 특징이었다. 하나는 1백16캐럿 이상의 카보숑 컷 에메랄드 위에서 위엄 있는 자태를 선보이는 사실적인 팬더의 모습으로 완성했으며, 나머지 하나는 사파이어를 세팅했다. 이 두 피스는 최초로 팬더 모티브를 3차원으로 발전시켜 역사적인 피스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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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ls Herrmann, Collection Cartier © Cartier
Arthur Elgort Trunk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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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ls Herrmann, Collection Cartier @ Cartier
오직 까르띠에만의 노하우로 완성된 팬더
팬더는 디자인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장인 정신이 깃든 예술 작품과도 같다. 하나의 팬더를 만들기까지 디자이너부터 조각가, 캐스터, 주얼러, 보석학자, 젬 커터, 폴리셔, 젬 세터가 함께 협업해 다양한 노하우를 결합해야 한다. 먼저 인그레이빙 전문가가 그린 컬러 왁스 블록에 팬더의 형상을 조각한다. 그 후 금속으로 주조해 초기 형태를 잡는 왁스 조각 유형의 모형을 제작한다. 이때 기술적, 미적 노하우가 필요하다. 주얼러는 이 왁스 조각을 사용해 스톤의 배열, 각도 등을 연구한다. 수천 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할 수 있는지, 팬더의 털을 연상시키는 오닉스를 어디에 세팅할지 등을 정하는 것이다. 이때 까르띠에의 도전 과제는 팬더의 털을 한 올 한 올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까르띠에의 주얼러는 팬더 스폿을 표현할 오닉스 등의 스톤 주변에 금속 실을 둘러 결을 묘사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정확한 사이즈로 하나씩 커팅한 스톤을 정해진 위치에 정교하게 세팅한 뒤 가느다란 금속 실을 둘러 스톤을 고정하고, 각각의 디테일을 모두 살린 다음 털의 결을 매끄럽게 다듬어 완성하는 이 독특한 노하우는 팬더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까르띠에의 시그너처로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팬더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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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oine Pividori © Cartier
© Maxime Govet ©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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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mmanuel Lafay © Cartier


허니콤 오픈워크와 조각 파베 세팅, 오닉스 데코 또는 카보숑 컷 사파이어 등은 타 메종에서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한 노하우를 보여주는 세팅이다. 이 예술적인 세팅 기법은 파베 세팅에 입체감과 유려함을 더해주어 동물이 지닌 본연의 다양한 모습을 더욱 강조한다. 그럼으로써 메탈은 모습을 감춘 채 동물의 역동적인 움직임만 남게 된다. 마지막으로 주얼러는 팬더의 최종 형태를 완성하기 위해 다양한 관절 부위를 조립한다. 일부 모델의 경우 조각, 주조, 스톤 세팅, 동물 관절 장착을 포함한 작업에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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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anda Charchian © Cartier
© Antoine Pividori ©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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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anda Charchian © Cartier
© Amanda Charchian © Cartier
“시대와 유행을 초월해, 강렬하면서도 자유로운 정신을 담은 까르띠에 팬더는 여전히 모든 여성에게 당당함과 매혹을 선사하는 아이콘으로 존재한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영감
팬더 컬렉션은 꾸준히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처음 등장한 이래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조각적이고 추상적인 형태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형태로 변모하며 진화해온 것. 현대에 와서 팬더의 모습은 더욱 다양해졌다. 본래의 야생적 이미지에서 때로는 사랑스럽거나 장난스러운 팔색조 매력을 더하며 강렬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팬더의 정교한 디자인 요소는 그대로 갖춘 채 이외의 요소를 모두 덜어내 뛰어난 착용감과 심플한 매력을 강조한 팬더 드 까르띠에 주얼리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에도 역시 팬더 드 까르띠에는 다양한 형태와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때로는 두 마리의 팬더가 등장해 볼륨감을 더하고 팬더끼리 교감하는 모습으로 강렬한 생명력과 생동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날카로운 눈빛과 섬세한 표정이 돋보이는 두 마리 팬더는 토크 네크리스, 뱅글 브레이슬릿, 반지 등 다양한 형태의 주얼리로 재탄생했다. 마디 구조를 갖춘 목걸이와 팔찌의 움직임은 서로 다른 2개의 부품을 2개의 골드 브레이드로 교차시키고, 팬더 머리 안에 위치한 2개의 스프링을 연결해 만들어냈다. 이 때문에 착용감이 우수하고 유연하다. 반면 한 마리의 팬더를 중앙에 두어 뮤즈이자 주인공으로 표현한 제품도 있다. 15.28캐럿의 잠비아산 에메랄드를 세팅한 네크리스는 팬더가 이 보석을 지키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해 웅장한 느낌을 선사한다. 또 다른 링에서는 팬더의 부드러운 곡선미보다는 기하학적이고 건축적인 직선의 아름다움을 살려 강렬한 야성미를 보여준다. 이외에도 팬더가 시계 페이스를 들여다보며 다가가는 듯한 모습의 프레셔스 워치, 워치의 페이스를 물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시간을 움켜쥔 팬더의 모습을 형상화한 워치 컬렉션까지, 더 다채로워진 팬더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이렇게 끊임없이 진화하는 아이콘인 팬더 드 까르띠에는 주얼리와 워치메이킹 모두에서 시대정신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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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xime Govet © Cartier
© Amanda Charchian ©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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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anda Charchian © Cartier
© Camille Blanchet © Cartier
© Amanda Charchian © Cartier


현대의 팬더,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
오늘날 팬더는 야성적 카리스마와 동시에 사랑스럽고 장난스러운 매력을 아우르며, 까르띠에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팔색조 같은 존재로 진화했다. 착용감과 심플한 우아함을 강조한 주얼리 라인부터 장엄한 하이 주얼리 작품에 이르기까지, 팬더는 늘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또 까르띠에는 메종을 넘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 리치몬트, 케어링과 함께 ‘워치 & 주얼리 이니셔티브 2030’을 발족하며 저탄소 미래와 지속 가능한 산업을 향한 여정에 앞장서고 있다. “주얼리 산업은 지구의 자원과 사람들의 노하우에 의존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라는 시릴 비네론 회장의 말처럼, 팬더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미래 세대를 위한 비전과도 연결된다. 이처럼 시대와 유행을 초월해, 강렬하면서도 자유로운 정신을 담은 까르띠에 팬더는 여전히 모든 여성에게 당당함과 매혹을 선사하는 아이콘으로 존재한다. 문의 1877-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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