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NEW LIGHT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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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2, 2026

객원 에디터 이민정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행운의 상징으로 사랑받아온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 컬렉션. 올해는 투명하게 빛나는 핑크 에나멜을 입고 한층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메종의 오랜 장인 정신과 컬러, 그리고 빛으로 완성한 핑크 에나멜로 새롭게 펼쳐지는 알함브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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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컬러, 그리고 가공 방식을 달리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온 알함브라.
올해는 핑크 에나멜이 그 변주의 흐름을 잇는다”




시간이 흘러도 사랑받는 아이콘에는 공통점이 있다. 고유한 정체성은 지키되 시대마다 조금씩 변주한 얼굴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Alhambra) 컬렉션이 바로 그렇다. 1968년 처음 세상에 등장한 알함브라는 네 잎 클로버에서 영감받은 조화로운 실루엣과 이를 감싸는 섬세한 골드 비즈로 단숨에 메종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최초의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에는 텍스처를 살린 옐로 골드 모티브 20개를 사용했다. 유려하게 이어지는 모티브와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은 당시의 자유로운 시대 분위기와 맞물리며 새로운 주얼리 스타일을 제시했다. 이후 알함브라는 하나의 모습에 머물지 않았다. 옐로 골드, 로즈 골드, 화이트 골드, 오닉스와 머더오브펄은 물론이고 다이아몬드와 세브르 포슬린까지, 폭넓은 소재를 받아들였다. 폴리싱, 텍스처, 기요셰 등 서로 다른 골드 가공 방식 역시 익숙한 네 잎 클로버 모티브에 매번 다른 표정을 불어넣었다. 올해 그 변화의 중심에 핑크 에나멜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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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 TURNS PINK
새로운 알함브라는 한눈에 시선을 붙드는 핑크빛을 품었다. 반클리프 아펠은 반투명 핑크 에나멜을 적용한 빈티지 알함브라와 매직 알함브라 라인에서 총 다섯 가지 작품을 새롭게 공개했다. 펜던트, 5모티브 브레이슬릿, 10모티브 네크리스로 이어지는 빈티지 알함브라 라인업과 20모티브 롱 네크리스, 그리고 매직 알함브라 이어링까지 폭넓게 구성됐다. 눈길을 끄는 점은 단순히 색상 자체가 아니라 빛이 에나멜 안쪽으로 스며들었다가 다시 표면 밖으로 퍼져나오게 한 방식이다. 그 덕분에 기존 알함브라에서는 볼 수 없던 깊이를 구현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투명한 에나멜층 사이에 미세한 기포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고, 둥글게 다듬은 표면 위로 빛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균일하고 매끈한 단색과 달리 미묘한 표정을 자아내는 이유다. 핑크색을 구현한 방식 또한 흥미롭다. 반클리프 아펠은 17세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골드-루비’ 기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일반적인 안료로 색을 내는 대신 소재에 극히 미세한 골드 입자를 배합해 깊고 진한 색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입자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농도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원하는 색을 안정적으로 재현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기술력을 요구한다.

메종은 이 완성도 높고 진귀한 에나멜을 구현하기 위해 자체 에나멜 공방에서 여러 해에 걸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탄생한 핑크 에나멜은 알함브라 모티브에 안착했으며, 타 메종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독특하고 고귀한 투명함을 선사하며 옐로 골드를 만났을 때 더욱 선명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따뜻한 골드의 광채가 투명한 핑크를 받치고, 모티브 가장자리에 두른 작은 골드 비즈가 네 잎 클로버 모티브의 곡선을 또렷하게 강조한다. 매직 알함브라 이어링에서는 기요셰 옐로 골드와 핑크 에나멜을 함께 사용해 하나의 주얼리 안에서도 서로 다른 질감과 광채가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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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FTED TO SHINE
이번 만남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에나멜이 반클리프 아펠에 낯선 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메종은 1906년 창립 이래 오브제와 베니티 케이스, 샤틀렌, 타임피스와 클립 등 다양한 작품에 에나멜을 활용해왔다. 1930년대에는 아르데코의 기하학적 디자인과 이국적인 풍경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고, 1950~60년대에는 ‘라 부티크(La Boutique)’ 컬렉션의 애니멀 모티브와 플라워 주얼리에 풍부한 색채를 더했다. 에나멜에 대한 탐구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의 에나멜 공방은 미니어처 페인팅과 그리자유, 플리크-아-주르, 에나멜 데칼을 비롯해 15가지가 넘는 기법을 구사한다. 장인들이 기술을 익히고 다음 세대로 전할 수 있도록 3년 과정의 자체 에나멜링 학교도 운영한다. 오래된 기법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확장하는 메종의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예술적 기교)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작은 알함브라 모티브 하나를 완성하는 데도 수많은 장인의 손길이 필요하다. 먼저 곡선형 에나멜 모티브를 골드 프레임에 정확하게 안착시키고, 두 줄의 골드 비즈로 특유의 윤곽을 완성한다. 세공과 세팅, 폴리싱을 거치는 동안 각각의 비즈와 곡선은 빛을 가장 아름답게 반사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다듬는다. 모티브를 고정하는 프롱은 뒷면까지 둥근 비즈 형태로 마감해 피부나 의류에 닿는 감촉까지 고려했다. 체인 역시 각 면을 정교하게 가공해 모티브와 함께 빛날 수 있도록 완성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간결한 네 잎 모티브지만, 그 안에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한 디자인과 기술, 소재에 대한 연구가 촘촘하게 겹쳐 있다. 그렇기에 이번 핑크 에나멜 알함브라는 단순한 컬러 베리에이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메종이 1906년부터 이어온 장식 예술의 전통과 1968년 탄생한 알함브라라는 두 가지 유산이 하나의 주얼리에서 만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알함브라는 수많은 소재와 컬러를 받아들이며 조금씩 모습을 바꿔왔다. 이번에는 투명한 핑크 에나멜이 익숙한 네 잎 사이로 새로운 빛을 끌어들인다. 행운을 상징하는 실루엣은 그대로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은 또다시 새로워졌다. 변하지 않는 아이콘 안에 새로운 빛을 품는 것. 반클리프 아펠이 알함브라의 다음 장을 써 내려가는 방식이다.


문의 187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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