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서울에도 미슐랭 스타가 상륙한다. 이는 2007년 미슐랭 도쿄 가이드, 2008년 홍콩 & 마카오 가이드에 이어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발간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미식 문화가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SNS의 발달로 각국의 레시피와 미식 트렌드가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지금, 주목해야 할 글로벌 미식 트렌드를 살펴본다.
<미슐랭 가이드 서울(Michelin Guide Seoul)>에는 어떤 레스토랑이 등재될까? 또 이 책이 발간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이미 미슐랭 가이드 평가원의 평가가 완료되었다는 풍문도 들리기에, 미식가라면 <미슐랭 가이드 서울>의 퍼스트 에디션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미슐랭 가이드는 식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함, 요리의 창의적 개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 등 다섯 가지 기준에 따라 레스토랑을 평가한다. 미슐랭 스타는 1931년에 이르러 지금의 체계를 갖추었는데, 1 스타는 요리가 훌륭한 식당, 2 스타는 요리가 훌륭해 멀리서도 찾아갈 만한 식당, 그리고 3 스타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이라는 의미다. 다수의 평가원이 한 레스토랑을 여러 번 방문해 논의를 거쳐 별점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하는 미슐랭 스타인 데다 한국의 미식 수준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미식가와 셰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미슐랭 가이드와 쌍벽을 이루는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W50B) 순위에는 오르지 못한 변방의 나라임에도,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미슐랭 가이드 발간 국가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세계가 한국의 미식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겠다. W50B는 2002년 시작된 미식 행사인데, 파인 다이닝 오피니언 리더 9백 명의 투표로 결정되며,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같은 미식 강국뿐 아니라 제3국의 식문화를 조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W50B에는 아시아에서 일본, 태국, 중국, 싱가포르 레스토랑만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불 수교 1백30주년을 기념하는 소 프렌치 델리스(So French De´lices) 행사를 위해 방한한 프랑스 요리 거장 마시알 엥그아르(Martial Enguehard) 셰프는 미슐랭 가이드는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기에 한국 요식업계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국의 레스토랑들은 부여받은 미슐랭 스타에 따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젊은 셰프들은 미슐랭 스타를 받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모든 셰프의 최종 목표가 미슐랭 3 스타는 아니겠지만, 미슐랭 스타를 받는다는 것은 셰프에게 최고의 찬사이자 영예이며 더 좋은 요리를 선보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 (www.anneefrancecoree.kr)
최근 유럽과 미주, 오세아니아에서 한식의 인기는 뜨거웠고, 과학적 연구가 시작되면서 외국인 셰프가 한식을 응용하는 것도 수월해졌다. 벨기에의 음식 궁합 가이드 ‘푸드 페어링(Food Pairing)’은 한국 농림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김치를 과학적으로 분석했고, 고추장, 된장, 막걸리 등 분석 범위를 넓히고 있다. 푸드 페어링은 음식에 대한 경험은 80%가 냄새에서 이루어진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김치를 분석해보면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지만 치즈, 오이, 캐러멜, 제라늄 향기 등 8백여 개의 향 분자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중요한 향은 60여 개로, 이에 착안해 김치와 잘 어울리는 새로운 식재료와 레시피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푸드 페어링 홈페이지에서는 간장과 고추장 역시 이런 과학적 분석과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선정한, 조화로운 식재료와 레시피를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푸드 페어링 데이터베이스에 의하면 고추장에 어울리는 식재료는 모차렐라 치즈, 쇠고기, 치즈 케이크, 견과류, 망고, 비트, 체리 등이다. 이를 이용해 고추장의 제조 원리와 맛의 묘미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 셰프라도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 수 있다니 흥미롭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언젠가는 외국인 셰프가 획기적인 모던 한식을 선보일 수도 있을 듯하다. 최근 벨기에의 쇼콜라티에 도미니크 퍼쿠네(Dominique Percoone)는 푸드 페어링을 이용해 각각 고추장, 된장, 김을 넣은 초콜릿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푸드 페어링의 두 창업자 베르나르 라후스(Bernard Lahousse)와 피터 코케트(Peter Coucquyt)는 벨기에의 한국계 셰프 상훈 드장브르(Sang-hoon Degeimbre)와 친분이 깊기 때문에 한식 식재료 분석이 더욱 흥미롭다고 밝혔다. (www.seoulfoodfest.co.kr)
아마 이 가이드라인이 2016년의 세계 미식 트렌드를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현대인은 건강과 환경문제에 직면했으며,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셰프로서 고객의 건강을 고려한 요리를 만드는 것은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알랭 뒤카스 셰프가 육류를 이용하지 않는 코스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러한 책임감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세계적으로 육류뿐 아니라 달걀과 치즈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began)이 증가하고 있지만, 비건이 미식 트렌드를 점령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조차 육류를 먹지 않거나 곤충, 콩으로 육류 요리를 대체하는 것에는 아직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인들은 소·돼지·닭고기, 푸아그라 등 동물 단백질을 획득하기 위해 도축이나 축산이 어떤 경로로 이루어지는지 알 필요가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셰프들이 도축업자, 농부와 협업하는 것도 보다 건강하고 공정하게 유통된 식재료를 사용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해외에서는 셰프와 도축업자, 농부의 결탁은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알랭 파사드(Alain Passard) 셰프는 라르페주 팜 앤드 오차드(L’Arpege Farms & Orchard), 토머스 켈러(Thomas Keller) 셰프는 프렌치 런드리 컬리너리 가든(French Laundry Culinary Garden), 크리스토퍼 토스토(Christopher Kostow) 셰프는 메도우드 가든(Meadowood Garden)을 직접 혹은 연계·운영하며 보다 건강한 메뉴를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레스토랑 ‘제로 콤플렉스’의 이충후 셰프와 여주에서 ‘컬리너리 가든’을 운영하는 박미영 농부가 1년 내내 농장에서 미팅을 할 정도로 완벽한 협업을 하는 콤비로 알려져 있다. 셰프와 농부의 협업은 식물의 성장 단계별 선택이 가능해 가장 맛있는 시기에 요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수작물을 사용해 요리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셰프들이 작은 정원을 가꾸는 것도 유행이다. ‘오 키친’의 스스무 셰프와 ‘떼레노’의 신승환 셰프, ‘보나세라’의 샘 킴 셰프 등이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채소로 요리를 만든다.
마지막으로 미식 여행을 위한 새로운 데스티네이션을 제안하고 싶다. 물론 프랑스, 미국, 스페인 미식 여행도 좋다. 하지만 새로운 성지는 조지아(Georgia)와 페루(Peru)다. 조지아는 흑해와 카프카스 산맥에 둘러싸여 기후가 변화무쌍하고, 실크로드에 위치해 향신료가 발달했다. 와인과 치즈 또한 유서 깊고 다채로워 누구라도 반할 만하다. 2016 서울 고메를 위해 방한하는 페루의 비르힐리오 마르티네스 벨리스(Virgilio Martinez Véliz) 셰프는 2015년 W50B에서 4위를 차지하며 스타덤에 오른 셰프다. 모국의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그는 해발 5,000m에서 재배한 감자와 야생 변종 키노아, 1백20종류의 소금을 사용한 현대적 페루비안 요리(Peruvian cuisine)를 선보인다. 더욱 독특한 식재료를 찾기 위해 페루를 탐험하는 전문 학제 그룹을 후원해 그들이 발견한 식재료도 요리에 적용한다고 하니, 세계적으로 페루비안 요리가 주목받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www.seoulgourmet.com)
맛있는 음식은 문화 발전의 수단이며, 국가 간의 교류를 이끈다. 인류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소통의 원천이며, 역사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지금 가장 트렌디한 요리를 맛보며 미식의 존재 이유를 고찰해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