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 SEOUL•Frieze Seoul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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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 2022

글 고성연


올 하반기 미술계를 들썩인 ‘아트 페어’ 주간이 활짝 펼쳐지고 있다. 9월 2일 서울 코엑스(COEX)에서 나란히 막을 올리는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5일)과 키아프 서울(Kiaf SEOUL, 2~6일)을 앞두고 하나둘씩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고, 다채로운 세부 프로그램도 공개되면서 많은 미술 애호가와 문화 향유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한국화랑협회에서 세계적인 아트 페어 브랜드인 프리즈와 Kiaf의 공동 개최를 선언하면서 큰 관심을 끌어온 초대형 행사가 드디어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더불어 9월 초에는 부산비엔날레까지 개막하기에 한국의 미술 생태계는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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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행사 맞이하는 서울로 쏠리는 미술계 이목
프리즈(Frieze)는 2003년 런던에서 도심 속 공원의 ‘텐트’를 장터로 삼아 출발한 아트 페어로 미국 뉴욕과 LA로도 진출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흔히 아트 바젤, 피악(FIAC)과 함께 글로벌 3대 아트 페어로 불려왔다. 하지만 오는 10월 아트 바젤에서 파리를 상징하던 피악을 대신해 ‘Paris+, par Art Basel’을 론칭할 예정이라 이제는 사실상 ‘2강’이라 할 수 있다. 프리즈의 서울 입성은 첫 아시아 시장 진출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2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국내 대표 아트 페어 Kiaf와의 공동 개최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화제를 불러일으켜왔다. 코엑스에 판을 펼치는 프리즈 서울(www.frieze.com)과 키아프(www.kiaf.org)에는 각각 1백10여 개 갤러리와 1백64개 화랑이 참가하고, 신생 화랑이나 젊은 작가 중심으로 ‘키아프 플러스’라는 새 위성 페어(9월 1~5일)도 SETEC에서 따로 열린다. 유례 없는 블록버스터급 행사를 앞두고 기대도 크고 우려도 많지만, 요즘 한국의 미술 시장 분위기를 보노라면 ‘프리즈 효과’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행사 결과야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이지만, ‘미술 축제’를 둘러싼 온갖 행사가 쏟아지는 풍경만 봐도 사전 예열 작업만큼은 충분히 흥미롭다. Kiaf-프리즈는 ‘공동 티켓’ 체제를 택했는데, 정가 대비 20% 저렴한 ‘얼리 버드’ 티켓 판매는 이미 ‘매진’으로 갈무리됐다. 일반 티켓(7만원)으로는 VIP 프리뷰(2일)를 제외한 9월 3일부터 6일까지 양 페어를 모두 관람할 수 있고(단, 프리즈는 5일에 막을 내린다) 당일 내에는 재입장 가능하며, 프리뷰 티켓(20만원)으로는 3~6일에 원하는 만큼 중복 관람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접할 수 없던 메가 갤러리(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화이트큐브 등)가 프리즈 서울에 처음 부스를 차려 시선을 모으고 있기도 하지만, 몸집과 스펙트럼을 키운 키아프의 도전도 주시할 만하다. 공동 개최인 만큼 키아프와 프리즈는 이번에 미술계 이슈를 논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3일에 걸쳐 하루 3회씩 함께 진행한다. 한국의 기성 예술가 3인(박진아, 박경근, 정희승)과 떠오르는 신진 예술가 3인(유예림, 이유성, 김경태)이 짝을 지어 예술적 대화를 나누는 영상 시리즈 <나우 & 넥스트>를 선보이는 샤넬 코리아를 비롯해 국내 화단의 대표 작가 전시를 후원하는 생 로랑(이배), 루이나(김종학), MCM(최정화) 등 명품 브랜드들이 프리즈 위크에서 펼치는 아티스트와의 협업 행보도 눈길을 끈다.
#풍성한 볼거리 선사하는 역대급 ‘장외’ 행사들
그런데 사실 굳이 아트 페어 자체를 찾지 않더라도 ‘미술 주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공식 개막에 앞서 각종 연계 프로그램을 내세운 ‘프리즈 위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갤러리, 아트 센터, 미술관, 그리고 여러 브랜드 차원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2022 프리즈 필름’을 주목할 만하다. 서울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예술 단체 WESS(웨스)와 GYOPO(교포)가 공동 기획한 ‘2022 프리즈 필름: I Am My Own Other’ 프로그램으로, 한국과 여러 한국계 디아스포라 예술가/팀의 영상 작업 10점이 오는 9월 7일까지 경복궁 근처의 ‘통의동 막집’(8월 31일~9월 7일)과 ‘투게더투게더’(9월 2~7일)에서 진행된다. 강남에 위치한 코엑스 전시장과 멀리 떨어진 서울의 두 지역(한남동, 삼청동)에서 꾸리는 야간 개장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하다. 9월 1일에는 갤러리 바톤, 리만머핀, 타데우스 로팍, 휘슬, P21, 페이스 갤러리 등이 참여하는 ‘한남 나이트’, 9월 2일에는 국제갤러리, 갤러리 현대, 원앤제이, 학고재, 페로탕, PKM 갤러리 등이 동참하는 ‘삼청 나이트’가 열린다. 아예 공간을 새로 꾸린 갤러리도 있다. 세계적인 갤러리 페로탕은 삼청점에 이어 2호점인 페로탕 도산파크의 문을 엠마 웹스터 개인전 <Illuminarium>과 함께 열었고, 멀지 않은 청담동에 복합 전시 공간을 둔 보다 갤러리(VODA Gallery)가 나이지리아의 항구도시 라고스에서 활동하는 5인의 작가로 구성된 그룹전 <From Lagos to Seoul>을 진행하고 있다(9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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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따로 전시 공간이나 물리적 거점을 두지 않았지만 프리즈-Kiaf 주간을 틈타 서울 나들이를 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이미래 작가를 소개하는 데 한몫했던 티나킴 갤러리는 앤드루 크랩스 갤러리, 보르톨라미 갤러리와 함께 개최하는 뉴욕 화랑들의 협력전 <The Cumulative Effect / 누적효과>와 동시대 페미니즘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다 아메르(Ghada Amer) 개인전 <Paravent Girls / 파라벤트 걸>을 송원아트센터에서 연다(8월 30일~9월 15일). LA를 기반으로 한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는 오는 9월 5일까지 이태원에 위치한 스튜디오 콘트라스트에서 후마 바바, 제니퍼 귀디, 매슈 브래넌 등 13인의 소속 작가를 소개하는 팝업 전시를 진행한다(프리즈 서울에서는 캘빈 마커스의 단독 프레젠테이션 부스를 꾸린다). 주요 경매사의 기획전도 눈에 띈다. 세계 양대 경매업체 크리스티는 홈아트와 손잡고 서울 분더샵 청담에서 시대의 아이콘 2인을 나란히 조명하는 전시를 단 3일만(9월 3~5일) 개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거장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과 아드리안 게니(Adrien Ghenie)의 작품 16점을 선보이는 기획전 <Flesh and Soul: Bacon/Ghenie>로 비경매 전시지만 가치로 환산하면 4억4천만달러(약 5천8백억원)에 추산된다고 한다. 베이컨의 유명한 교황 시리즈와 2차 세계대전의 폭력과 억압, 문화적 폭정을 그린 게니의 ‘눈꺼풀이 없는 눈(Lidless Eye)’과 ‘컬렉터 3(The Collector 3)’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사전 예약(www.christies.com/fleshandsoul/kr)을 추천한다. 필립스 옥션은 더 아티스트 룸과 더불어 영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활동하는 신진, 중견 예술가 23인이 낭만주의에 대해 재해석한 <뉴 로맨틱스(New Romantics)>전을 이유진 갤러리에서 개최한다(8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한국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인기 높은 헤르난 바스를 비롯해 캐서린 번하드, 애니 모리스 등 동시대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들, 그리고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 ‘젊은 예술가상’을 받은 아니아 홉슨을 위시한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진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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