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으로는 모자란 루르몬트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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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2, 2025

글 고성연(루르몬트 현지 취재)

국경 지대에 자리한 미식과 쇼핑의 소도시

유럽의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오밀조밀하게 12개 주로 나뉘어 있다. 그중 마스트리흐트를 주도로 삼고 있는 남동쪽 림뷔르흐주에는 독일, 벨기에 국경과 가까운 루르몬트(Roermond)라는 인구 6만여 명의 소도시가 자리한다. 가끔은 네덜란드 사람들도 “어디라고?” 하며 되묻는 도시명인데, 오히려 자동차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뒤셀도르프나 쾰른에서 오가는 독일인들 사이에서 꽤 인기가 높은 여행지다. 존재감 있는 건축적 풍경이 펼쳐지는 중세풍 구시가지, 자연과 레저를 누릴 수 있는 마스플라센 호수, 그리고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쇼핑 명소인 디자이너 아웃렛과 은근히 세련된 미식 풍경까지, 아기자기하고 다면적인 매력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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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르 강변에 아담하게 자리한 네덜란드 남동부의 소도시 루르몬트(Roermond)는 호수가 많고 숲과 초원을 아우르는 메인베흐(Meinweg) 국립공원도 근처에 품고 있는, 아시아인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존재다. 동쪽으로는 독일 국경, 서쪽으로는 벨기에 국경과 가까워 ‘자차’를 몰고 오가는 유럽 내 방문객들이 많으며, 네덜란드에서는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2시간가량, 남부 주요 도시 에인트호벤에서는 기차로 30분 정도면 가뿐히 도착한다. 유럽의 많은 중소 도시가 그렇듯 루르몬트 중앙역에 내리면 구시가지의 웬만한 명소를 걸어서 다닐 수 있다. 루르몬트는 ‘로르강의 입(mouth)’이란 뜻이라(네덜란드어로 몬트(mond)는 ‘입’이다) 잘 보면 도시를 상징하는 ‘빨간 입술’ 마크가 곳곳에 있다. 중세에 상업 도시로 번성하기도 했던 루르몬트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두 랜드마크가 있는데, 하나는 13세기에 건립된 후기 로마네스크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뮌스터르케르크(Munsterkerk)로 암스테르담 중앙역과 국립박물관 등을 설계한 당대의 유명한 건축가 피에르 카위퍼르스(1827~1921)가 훗날 복원을 맡기도 했다(루르몬트 출신이라 그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박물관도 있다). 또 다른 랜드마크는 15세기 초 처음 짓기 시작해 16세기에 완성되었다는 성 크리스토퍼 대성당(St. Christopher’s Cathedral)으로 네덜란드가 낳은 유리공예 장인 윱 니콜라스(Joep Nicolas)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게 수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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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방문객들이 찾는 쇼핑의 메카이자 여행지
중앙역에서는 도보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루르몬트 디자이너 아웃렛’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열심히 찾는 이들도 눈에 띈다. 프리미엄 아웃렛 브랜드 맥아더글렌(McArthurGlen)의 유럽 매장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기와 경쟁력을 뽐내는 쇼핑 명소다. 2백 개 이상의 글로벌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데, 구찌, 프라다, 버버리, 몽클레르, 발렌티노, 지미 추, 보스, 질 샌더, 아르마니 등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대형 나이키 매장을 비롯해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스포츠 브랜드도 입성해 있다. 또 오프화이트, 푸에테리, 이로(IRO), 칼하트윕, 끌로에, 겐트, 맥퀸 등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트렌디한 감성의 라인업으로 꼽히는 브랜드도 다수 포진해 있다. 한 매장에서 50유로 이상만 구매하면 세금 환급(택스 리펀)을 받을 수 있고, 핸즈프리 쇼핑, 전기차 충전, 퍼스널 쇼퍼, 아이를 위한 놀이기구 등 서비스의 스펙트럼도 넓고 세심하다. 이 같은 경쟁력에 힙입어 2001년 이 아웃렛이 개장한 이래 루르몬트는 어느새 베네룩스 지역을 여행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쇼핑 도시로 거듭났다. 덩달아 미식 풍경도 풍성해져 도심에 ‘맛집’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레스토랑이 상당수 있다. 물론 아웃렛 내에도 셰 마고(Chez Margot), 아시안 레스토랑 와가마마 등 다양한 식도락의 선택지가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발 디딜 곳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습니다. 국적도 다양하지만, 절대적인 1위는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독일이죠.” 루르몬트 아웃렛 관계자의 설명을 듣자면 연간 약 8백만 명 방문객이 찾는데, 그중 6백만 명이 독일에서 온다고.
이렇듯 루르몬트는 제조업 기반도 있는 도시지만 쇼핑과 레저를 즐기는 여행자가 워낙 많다 보니, ‘가성비’ 좋으면서도 귀엽거나 세련된 디자인 감성의 호텔이 은근히 눈에 띈다. 사실 필자가 이 도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감옥 호텔’로 입소문이 난 헤트 아레스트하위스(Het Arresthuis)라는 5성급 부티크 호텔이다. 실제로 1백50년 가까이 범죄자를 수용하는 교도소였던 이 호텔은 한동안 폐쇄되었다가 장소의 특성을 살려 ‘포로가 될래?’ 같은 재기 발랄한 콘셉트로 재단장해 2011년 봄 문을 열었다. 간수, 변호사, 판사, 형무소장 등 4개 테마를 내세운 스위트를 위시해 저마다 다른 인테리어를 갖춘 객실이 40개 있고, 미식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조식이 풍성하고도 맛나며,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다미안스(Damianz)도 운영하고 있다. 만약 루르몬트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면 계절에 따라 네덜란드 ‘로컬 감성’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장터’가 광장이나 역사 등에서 열리니 꼭 일정을 체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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