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ice, The Serenissima and The Jew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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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 2024

2024년 4월 18일부터 6월 18일까지 베니스 주데카에서 <금세공의 왕자: 클래식의 재발견(The Prince of Goldsmiths: Rediscovering the Classics)> 전시회가 열린다. 진귀한 오브제와 프레젠테이션 영상이 선사하는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통해 부첼라티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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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Santa Maria della Salute) 성당은 17세기부터, 산 세바스티아노(San Sebastiano) 교회는 16세기부터 베네치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날 사람들에게 알려진 산마르코 대성당(St. Mark’s Basilica)은 10세기에 건축하기 시작해 14세기에 완성되었다. 성당 종탑의 역사는 19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많은 이들로부터 칭송받는 바로 그 광장에는 19세기 전반에 지은 왕궁(현재 코레르 박물관(Correr Museum) 위치)과 프로쿠라티에 베키에(16세기 초), 프로쿠라티에 누오보(17세기 중반)가 위치한다. 이 건물들은 여러 세대와 시대를 거치며 베네치아가 지닌 수많은 매력을 드러내왔는데, 아마도 전문 가이드만이 이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서부터 1천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벽돌, 석조, 대리석뿐 아니라 로마네스크, 바로크 양식 등 여러 건축양식이 저마다의 방식대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부첼라티는 여러 면에서 가장 고귀한 공화국인 베네치아와 닮았다. 일관적인 디자인, 스타일의 통일성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이후 점차 풍부하게 표현되면서 여러 세대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당대, 그리고 수많은 시대에 대해 고찰한다. 부첼라티의 명예 회장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드레아 부첼라티(Andrea Buccellati)는 “우리 모두는 외부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에 따라 특징이 달리 나타나는 다양한 시대를 지나왔습니다. 1919년 부첼라티의 스타일을 정립한 제 할아버지 마리오 부첼라티(Mario Buccellati)는 아르 데코 사조의 영향을 받았죠. 1965년 할아버지의 뒤를 이은 아버지 지안마리아 부첼라티(Gianmaria Buccellati)는 바로크에 가까운 스타일을 추구했습니다. 제 작품은 어떤 면에서는 모던하면서도 미니멀합니다. 혹은 간결하고 기하학적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죠. 제 딸 루크레치아 부첼라티(Lucrezia Buccellati)는 주얼리를 다양하게 연출하는 방법에 주목합니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져온 스타일에 이 같은 진화의 역사가 내재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각 세대는 이전 세대와 수년간 함께하면서 부첼라티의 정수를 이어받았다. “함께 살아 숨 쉬고 성장해야만 부첼라티의 개성과 영속성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창립 이래 1백 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뿌리를 찾으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으니까요.” 그는 이어서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의 첫 번째 파트에서는 바로 이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마리오는 인상주의에 가까운 몇 개의 라인만으로 자신의 의도와 예술적인 아이디어를 스케치에 담아낸다. 드로잉에는 명시되지 않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 그가 장인들과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보냈을지 추측하게 만드는 부분. 모눈종이를 사용한 지안마리아의 드로잉은 보다 세밀하다. 그의 표현력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려한 스타일로 발전했다. 그의 드로잉은 디테일이 살아 있고, 때로는 거의 기술 사양서만큼 자세하다. 젬스톤의 각 면에 이르기까지 유성 연필을 사용한 덕에 주얼리의 양각 디테일을 감상할 수 있다. 각 제품에 대한 설명에는 작품에 깃든 아이디어와 소재를 엿볼 수 있으며, 아라베스크와 서로 뒤얽힌 캘리그래피로 표현된 손 글씨에서는 그가 추구하는 전반적인 미학의 극단과 디테일을 향한 세심함이 드러난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작업 방식을 추구한다.

현대성을 향한 베네치아의 열망은 역사의 무게에 필적할 만하다. 전시회의 설계와 제작을 맡은 발리치 원더 스튜디오(Balich Wonder Studio)의 회장이자 베네치아 출신인 마르코 발리치(Marco Balich)는 이렇게 말한다. “베네치아는 절대적인 고전주의에 현대적인 비전을 결합합니다. 베니스 영화제(Mostra Film Festival)와 미술 및 건축 비엔날레(Biennale for Art and Architecture)가 좋은 예시입니다. 부첼라티의 경우에도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가 묻어나는 인그레이빙 기법이라든지 피렌체나 베네치아 건축물에서 발견되는 모티브, 튈, 기타 장식에서 볼 수 있듯 디자이너들이 과거의 클래식한 요소를 현대 세계에 맞게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부제인 ‘클래식의 재발견’은 부첼라티의 관점에서 메종의 미학적 세계와 특별한 장인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고, 관람객의 관점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014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부첼라티의 회장 겸 CEO로 활동한 지안루카 브로제티(Gianluca Brozzetti)는 “부첼라티가 10년 전 대비 큰 성장을 이루었고 어느 정도는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섰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인지도를 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방문한 분들이 1백 년이 넘는 역사와 제품을 둘러보면서 부첼라티를 발견하셨으면 합니다. 어두컴컴한 구식 전시회가 아니라 마치 아름다운 아트 북을 넘겨보는 듯한 몰입감 넘치는 여정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덧붙여 설명한다. 반면 마르코 발리치는 클래식적 요소에 대해 설명한다. “주얼리와 그 속에 숨겨진 영감의 관계를 탐험하는 이번 전시회 곳곳에서 클래식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건축, 회화, 조각까지 예술과 항상 연결되어 있는 개념이니까요.” 관람객은 디지털 이미지와 복제품을 살펴보면서 부첼라티의 테이블웨어에서 보티첼리(Botticelli)의 봄(Primavera)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적인 부분은 보석 세공인의 작품에 대한 하나의 메타포처럼 펼쳐지는 이번 전시회의 콘셉트 그 자체에 담겨 있다. 전시회 제작을 감독한 발리치 원더 스튜디오 매니징 디렉터 클라우디오 스브라종(Claudio Sbragion)은 “관람객은 영상 작품을 따라가게 됩니다. 처음에는 사라졌다가 첫 전시 공간의 투명한 스크린에 등장하고, 이후로 존재감이 더 커지면서 관람이라는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마리오 부첼라티가 제작한 박스 제품인 컴팩트, 배니티 케이스, 시가렛 케이스를 가상으로 열고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할 수 있죠. 배경에도 영상 작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투사를 통해 완전히 몰입감 넘치는 세계를 창조했습니다. 관람객은 이곳 예술의 사원에서 전문 기법, 부첼라티 작품, 역사적 문서, 수작업을 기념하는 작품에 푹 빠져들게 되죠”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국민이라면, 특히 베네치아 사람들은 가브리엘레 단눈치오(Gabriele D’Annunzio)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제목인 ‘금세공의 왕자’는 그가 33년 후배인 마리오 부첼라티에게 붙인 별명을 일컫는다. 마리오의 첫 번째 고객이었던 그는 자신뿐 아니라 가까운 이들을 위해 박스, 케이스, 주얼리 같은 오브제를 수집했고, ‘탯줄’을 의미하는 옴벨리칼리라는 이름의 기다란 소투아를 창시했다. 여러 여성에게 그가 선물했던 이 소투아는 머지않아 부첼라티의 전문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1922년과 1936년 사이 두 사람은 83통의 편지를 주고받았고, 이 편지는 후에 출간됐다. 편지의 시작과 끝을 맺는 인사말이 점점 편해져가는 것을 보면 이들의 우정이 점차 발전해 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왕자이자 시인이며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었던 단눈치오는 주문 등록부에 사령관(commandante)이라는 명칭으로 등장한다. 부첼라티는 단눈치오를 위해 그의 문장이 장식된 레드 및 블루 컬러의 특별한 케이스를 제작했으며, 특별 주문에는 사파이어와 루비를 사용해 종종 이 같은 컬러 조합을 확장하기도 했다. 전시회가 개최되는 베네치아 주데카섬은 도심에서는 살짝 먼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수상 버스를 타고 대운하를 건너, 수많은 관광객에게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고요의 순간을 선사하는 이곳에서 진정한 경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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