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es & Wonder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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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5, 2024

에디터 성정민

지난 4월 9일, 스위스에서 세계 최대 시계 박람회인 워치스 & 원더스 2024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지난해보다 6개 브랜드가 추가 합류해 총 54개의 브랜드가 참가, 열기를 더했다. 각자의 개성이 담긴 워치 디자인과 워치메이킹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며 전 세계의 워치 마니아들을 열광시킨 현장. 올해의 워치 트렌드와 키워드부터 각 브랜드의 주요 워치까지 <스타일 조선일보>가 직접 취재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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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시계 트렌드 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상 최대 시계 박람회’, 워치스 & 원더스가 올해 세 번째로 막을 열었다. 바젤월드가 막을 내린 후 유일하게 워치 산업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전 세계 바이어들의 활발한 거래의 장 역할을 하기에 해가 갈수록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 총 54개 브랜드의 참여로 또 한 번 브랜드 참여 숫자로 신기록을 경신했으며, 무려 8개의 신규 브랜드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선보였다. 또 2023년 대비 무려 14%나 증가한 4만9천 명 이상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퍼블릭 데이에 대중이 참여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가이드 투어, 워크숍 등은 오픈 전날 솔드아웃될 정도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워치스 & 원더스는 더 이상 시계 페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행사로 제네바라는 한 도시의 축제처럼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퍼플릭 데이로 대중을 초청해 특별한 프로그램과 이벤트을 제공했다. 워치스 & 원더스가 이와 같이 제네바의 도시 축제가 되면서 작년에 이어 워치 행사에 대한 영 제너레이션의 관심과 시계에 대한 구매가 늘어났다. 1만9천 장의 퍼블릭 티켓 중 25%가 25세 미만에게 판매되었으며, 티켓을 구입한 이들의 평균연령은 35세였다. 올해 역시 작년에 진행한 ‘인더시티’라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주요 워치 브랜드 부티크가 모인 제네바 구시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펼쳤다. 도심 곳곳에서 파티와 행사가 열렸으며, 워치스 & 원더스 부스가 있는 팔렉스포 외 워치 부티크에서도 다양한 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마지막 날에는 이 도시 축제의 화려한 막을 내리는 야외 공연도 펼쳐졌다. 세계적인 벨기에 출신 DJ 로스트 프리퀀시스(Lost Frequencies)가 호수 앞에서 선보인 야외 공연은 제네바를 진정한 시계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과거 프라이빗하고 럭셔리하게 진행되며 일부 계층만을 대상으로 했던 축제는 더 이상 엿볼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모든 이들을 위한 도시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 워치 트렌드와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이들과 진정 워치를 사랑하고 구매하고자 하는 워치 마니아, 워치 인더스트리에 종사하는 전문가와 바이어까지, 올해 출시한 시계들을 더욱 자세하고 면밀하게 관찰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따라서 축제가 끝난 후 남는 것은 워치 브랜드들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트렌드 방향성에 대한 해석이다. 올해 워치스 & 원더스에서 출시한 워치들은 어땠는지, 각 브랜드가 신제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통해 올해 시계 트렌드를 따라가본다.
스타들의 팔렉스포 방문과 축제의 현장
스타 마케팅은 패션업계에 이어 워치업계에도 깊숙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물론 워치 역시 스타 마케팅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위블로나 태그호이어같이 스포츠와 관련된 워치를 생산하고 스포츠 스타와 컬래버레이션해 완성한 워치를 다수 내놓는 브랜드부터 할리우드 영화를 위한 워치를 선보이는 브랜드들도 있기 때문. 하지만 유독 올해 눈에 띄었던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국내 배우 이준호의 방문이었다. 이준호가 방문한 브랜드는 피아제였으며, 이날 피아제 부스 앞은 이준호를 보기 위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국 배우가 제네바 워치 행사에 참여한 것은 처음. 이후 피아제는 이준호를 피아제 공식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했다. 한국 문화가 머나먼 도시 제네바까지 상륙한 것. 격세지감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외에도 초호화 셀럽들이 등장했는데, IWC에는 지젤 번천이 방문해 그녀의 엘리건트한 룩이 화제가 되었다. 화이트 팬츠 수트에 호라이즌 블루 컬러의 새로운 IWC 포르투기저 크로노그래프를 착용해 포인트를 주었다. 쇼파드 글로벌 홍보대사 주이룽(Zhu Yilong)이 쇼파드 부스에 참석해 제네바에서 본인의 생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스포츠 스타들의 방문도 눈길을 끌었다. 테니스 전설이자 롤렉스 홍보대사 코코 가우프는 US 오픈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롤렉스 부스를 직접 방문했으며, 세계적인 축구 선수이자 위블로 홍보대사 킬리안 음바페는 이번에 출시한 44mm 위블로 빅뱅 UEFA 챔피언 리드 GEN3를 착용하고 위블로 부스를 방문했다. 전 세계 유명 셰프들을 지원하는 예거 르쿨트르에서는 미슐랭 스타 셰프 히만슈 사이니를 초청했다. 이외에도 제니스 데피 라인의 새 모델 스카이라인 크로노그래프를 착용하고 등장한 싱가포르 배우 데스몬드 탄과 몽블랑 부스를 방문한 중국 배우 징보란까지, 패션 위크를 방불케 하는 최고 셀럽들의 참가로 행사는 더욱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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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VA, SWITZERLAND – APRIL 09: Gisele Bündchen, IWC Schaffhausen CEO Chris Grainger-Herr and CMO Franziska Gsell at the IWC Schaffhausen booth at Watches and Wonders Geneva on Tuesday, April 9, 2024 in Geneva, Switzerland. (Photo by Harold Cunningham/Getty Images for IWC Schaffhau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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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업계에도 찾아온 불경기
이번 워치스 & 원더스에서 사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더 화려해지고 풍성해진 행사 모습과 대비되는 워치 신제품들이었다. 브랜드 대부분이 완전 새로운 컬렉션이나 신제품을 출시하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원래 있던 컬렉션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출시하거나 소재 혹은 컬러의 변주 정도로 그친 것. 아무래도 최근 소비 동향과 경기를 반영한 듯 보인다. 그 때문에 워치 브랜드마다 자신들의 비장의 무기나 차별화되는 혁신적인 기술력이 담긴 제품들은 다음 경기가 나아질 때를 대비해 묻어두고 기존 제품에서 다른 차별점을 가미한 제품으로 기존 제품과 신제품 모두의 판매를 높이는 데 집중한 듯하다. 물론 기존 컬렉션들의 히스토리를 되돌아보고 또 하나의 신제품들을 통해 그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에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외에도 워치업계에 불어닥친 다운사이징 트렌드와 스트랩 교체 시스템 도입을 통해 또 하나의 스트랩을 서비스처럼 제공하는 워치의 출시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불경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워치 브랜드들의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기존 컬렉션들이 더 작은 사이즈로 출시됨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구분 없이 유니섹스로 착용 가능해졌으며 더불어 남성 고객뿐 아니라 여성 고객을 늘리겠다는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 또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해 같은 컬렉션이지만 스페셜리티를 부여함으로써 워치 컬렉터들을 유혹하기 위한 전략을 꾀한 점 역시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하지만 내년에는 좀 더 경기가 나아져 획기적이고 다양한 신제품 워치를 보고 싶다는 바람 또한 가져본다.




INSIGHTFUL WORLD

워치스 & 원더스 2024가 진행되는 동안 팔렉스포 밖 부티크에서도 신제품을 선보이는 다양한 워치 행사가 진행되었다. 팔렉스포 부스와는 또 다른 매력의 현장.


BREITLING
팔렉스포 외 부스 행사에서 가장 이목을 끈 것은 브라이틀링 행사였다. 브라이틀링은 창립 140주년을 맞이해 제네바에서 스위스 탐험가이자 환경 운동가 베르트랑 피카르(Bertrand Piccard)가 주도하는 친환경 수소 동력 비행기 프로젝트인 클라이밋 임펄스(Climate Impulse)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며 브라이틀링 제네바 부티크 앞에 열기구를 띄웠다. 이 열기구는 열기구 조종사 베르트랑 피카르와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가 1999년 3월 21일 세계 최초 무착륙 열기구 세계 일주 비행에 성공한 브라이틀링 오비터 3호를 오마주한 디자인으로, 이를 감상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함께 기념비적인 워치, 에어로스페이스 B70 오비터 신제품을 출시하며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GUCCI
2021년 브랜드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첫 번째 하이 워치메이킹 사업의 시작을 발표한 이후 3년이 지난 2024년 또 하나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선보이는 행사를 제네바 외곽에 있는 재력가의 고급 빌라에서 개최했다. 잘 가꾼 드넓은 정원을 지나 자리한 고급 빌라에서 프라이빗하게 진행했으며, 구찌 타임피스의 대표적 모델인 구찌 25H 미닛 리피터 제품을 필두로 구찌 25H 스켈레톤 뚜르비옹, 구찌 인터로킹, G-타임리스 플래니테리엄까지 다양하게 선보였다. 특히 고요한 빌라에서 구찌 25H 까리옹 미닛 리피터의 조화로운 음색을 듣는 순간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제네바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경관까지, 하우스 오브 구찌다운 행사였다.
FRANCK MULLER
프랭크 뮬러 본사 건물 옆 건물에서 진행된 신제품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화려한 규모로 개최되었다. 행사 베뉴를 감각적이고 거대한 갤러리로 변모시킨 것. 이 전시회에서는 2024년 프랭크 뮬러의 신제품을 대거 전시했다. 덕분에 게스트들은 한눈에 신제품들을 확인하고 직접 관람하며 관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가장 돋보이는 신제품 중 하나는 프랭크 뮬러의 야심작이자 아이코닉 모델인 커벡스(Curvex) CX 그랜드 센트럴 투르비옹 스켈레톤.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스켈레톤 디자인에 투르비용을 접목해 하이 컴플리케이션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또 워치의 볼륨감을 강조해 하나의 우주를 보는 듯 경이롭다. 이외에도 이번에 프랭크 뮬러가 선보인 다양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여성 워치도 주목할 만한다. 밤에는 칵테일파티를 개최해 아름다운 워치와 함께 신제품 출시를 기념했다.



TREND KEYWORDS BEST 3


1 Evolution of The Tourbillon
올해는 유독 투르비용 워치를 다수 선보였다. 중력의 영향을 덜 받게 하기 위해 시계의 장인이자 브레게 창립자인 아브라함-루이 브레게(Abraham-Louis Breguet)가 개발한 장치로 2015년 시계 트렌드를 뒤흔든 후로 또 한번의 귀환이다. 특히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새롭게 진화된 투르비용 모델이 눈이 띄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두께가 불과 2mm인 피아제 알티플라노 울티메이트 컨셉 뚜르비옹. 예거 르쿨트르에서는 최초로 독특한 운동학적(kinematic) 효과를 내기 위해 3개의 축으로 구성된 혁신적인 투르비용을 선보였다. 랑에 운트 죄네는 투르비용을 적용한 워치에 정확한 점핑 미닛 카운터,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와 스톱 세컨즈, 퍼페추얼 캘린더에 어둠 속에서도 환한 빛을 뿜어내는 형광 코팅 다이얼을 장착해 최상의 그랑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선보여 모든 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2 Variation in Detail
기존 모델에서 재해석 혹은 진화한 워치 모델이 주로 출시되다 보니 다이얼의 소재나 사소한 디테일에 변주를 더한 워치가 주를 이뤘다. 특히 불가리의 신제품들을 보면 다이얼에 변주를 주는 것이 올해 미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중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스케치 에디션은 불가리의 가장 아이코닉한 모델이자 2014년 론칭 이래 지난 10년간 무려 9개의 신기록을 수립한 옥토 피니씨모(Octo Finissimo) 라인 워치 다이얼에 자사 대표 울트라-신 무브먼트를 그린 스케치를 담아 특별함을 더했다. 스케치 이미지는 불가리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브리지오 부오나마사 스틸리아니(Fabrizio Buonamassa Stigliani)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실물로 착각할 만큼 세밀하게 묘사한 트롱프뢰유(trompe-l’oeil) 그림처럼 미니멀한 다이얼 바탕에 기념비적인 무브먼트 디자인을 더했으며, 블랙 PVD 코팅 및 비드 블라스트 마감한 길쭉한 핸즈만 다이얼 위에서 유영하듯 시간을 표시한다.


3 Mini Lover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워치 트렌드 중 하나는 ‘다운사이징’이었다. 지속되는 불경기로 낮은 가격의 제품을 좀 더 많이 팔고자 하는 전략일 수도 있으나 점점 럭셔리 시장에 영한 소비자층과 대중이 투입되면서 퍼스트 워치로 타기팅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을 듯. 더불어 남성의 소유물이었던 워치가 점점 여성의 관심을 끌게 되면서 남성은 물론 여성의 손목에도 잘 어울리는 사이즈를 고려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태그호이어에서는 포뮬러 35mm 사이즈를 출시했으며 튜더와 까르띠에, 샤넬, 쇼파드까지 많은 브랜드에서 여성 고객을 노린 미니 사이즈 워치를 출시했다. 특히 까르띠에 탱크 미니 사이즈는 가격적인 면이나 디자인적 면에서 사랑스러움 그 자체. 튜더의 클레어 드 로즈 미니는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와 날짜 표시 기능을 더해 작지만 강력한 기능을 선사한다.


[Watches & Wonder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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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경이로운 미학과 기술의 향연  보러 가기
03. CHANEL Watches_Frédéric Grangié 인터뷰  보러 가기
04. ARTISTIC TIMEPIECE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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