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예술혼이 깃든 박서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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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02, 2026

글 고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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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이 넘어 쇠약해진 몸으로 만났을 때도 호기심 어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질문을 쏟아내던 박서보 화백(1931~2023)은 ‘공간 사랑’도 유별났다. 언젠가 프랑스 남부의 아름다운 문화 예술 공간인 샤토 라 코스트에서 자신의 전시를 꼭 열고 싶다던 소망을 이뤄내고도 당시 코로나19로 직접 프로방스로 떠나지 못해 무척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프로방스에는 다시 가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박 화백의 손길과 발품, 예술혼이 깃든, 자신의 이름을 딴 고아한 예술 공간, 박서보미술관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 그가 생전에 일상을 보냈던 연희동 작업실 바로 옆에 자리한 미술관으로, 건축가 최문규가 설계를 맡아 지하 2층에서 지상 3층까지 총 5개 층(건축 면적 2,000㎡)으로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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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3개 전시실(SPACE Ø, SPACE 2, SPACE 3)과 워크숍 등 커뮤니티 공간(SPACE 1), 야외 정원 등으로 구성된 이 미술관은 단지 한 작가의 작품을 품은 기념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박서보가 평생 추구한 예술적 가치와 교육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미술을 연구하며 새로운 세대와 세계 미술의 접점을 넓혀가는 문화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 같은 의도에서 기획된 개관전은 <박서보와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박서보와 베트남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화가 흐엉 도딘(Huong Dodinh, b. 1945)의 회화 42점(박서보 25점, 흐엉 도딘 17점)을 소개하는 2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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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재단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에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해왔다는 공통분모를 지닌 두 작가의 만남에도 의미를 뒀다. 흥미롭게도 4년 전인 2022년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박 화백과 흐엉 도딘이 각각 전시를 열었는데, 박 화백은 자인 보, 이사무 노구치와 함께 폰다치오네 퀘리니 스탐팔리아에서 3인전을, 흐엉 도딘은 무제오 코레르에서 개인전 〈Ascension〉 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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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는 반복과 축적을 통한 수행적 작업 방식에서도 닮은 면모가 엿보이는데, 2023년 박서보를 만난 흐엉 도딘이 그때의 기억을 담아 작업한 회화 신작 ‘X.K.N.31’(2025~2026)도 이번에 함께 전시되고 있다. 전시는 2027년 1월 3일까지 열리며, 각종 연계 프로그램이 꾸려진다. 매주 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5천원이다.


홈페이지 www.parkseobo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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