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왕국 네덜란드에서 펼쳐지는 꽃의 향연 keukenh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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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1, 2011

글·사진 이형준(사진가)

네덜란드는 꽃의 나라이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바다보다 낮다. 그래서 나라 이름도 ‘낮은 나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봄이 되면 나라 전체가 꽃의 바다로 변한다. 특히 암스테르담과 헤이그 사이에 위치한 쿠켄호프(Keukenhof)는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전 국토의 3%가 꽃 생산지인 네덜란드
“지구는 신이 만들었고, 꽃의 왕국은 네덜란드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네덜란드 관문 스키폴 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서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어느 책에서 읽었던 문구가 떠오른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풍차 아래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 둑으로 둘러싸인 들판을 따라 늘어선 화려한 튤립과 소박하고 정감이 넘치는 수선화가 어우러진 풍광은 꽃의 왕국에 들어와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네덜란드의 국화이자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꽃보다도 종류가 다양한 튤립. 오늘날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튤립은 원래 터키가 원산지였다. 16세기 지구촌을 상대로 활발하게 무역업을 전개했던 어느 네덜란드 상인에 의해서 이곳으로 전해졌다. 튤립은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상과 모양으로 네덜란드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빼앗았다. 튤립이 시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자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화원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단조로웠던 튤립 무늬가 반복된 꽃무늬와 깃털무늬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수집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이후 개발과 연구가 계속되면서 튤립은 컬렉션의 한 품목이 되었고 급기야 1620년대에 들어서면서 튤립은 단순한 꽃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이로 인해 튤립을 사랑하는 많은 애호가들에게 경제적 피해와 함께 정신적인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전 국토의 3%가 꽃 생산지인 네덜란드에서 ‘꽃’ 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암스테르담과 행정 수도인 헤이그 사이에 위치한 쿠켄호프이다. 대학 도시이자 운하 도시인 라이덴 외곽에 조성된 쿠켄호프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끈질긴 개척정신과 자연을 활용한 그들의 지혜가 만들어낸 거대한 작품이다. 메르와데 운하와 북해 운하가 교차하는 이 고장은 물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매년 봄이면 화려한 색상의 꽃들이 주변을 물들이지만 운하가 건설되기 전까지만 해도 어떤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는 척박한 땅이었다. 더욱이 북해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과 해일로 인하여 바다모래와 갯벌이 밀려와 꽃을 재배하는 것은 고사하고 가축과 작물을 재배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근검한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연의 피해를 역으로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하였다. 북해에서 불어온 바람과 해일이 만들어낸 사구(砂丘)를 활용해 꽃밭을 조성하였고, 급기야 네덜란드가 꽃의 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네덜란드에서 한 해 동안 생산되는 튤립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그 수량이 너무 많아 정확히 파악조차 할 수 없지만 대략 100억 송이가 넘는다고 한다. 생산되는 수량이 많은 만큼 꽃을 재배하는 지역도 넓다. 줄잡아 수십 곳의 마을에서 튤립을 비롯하여 수선화와 히아신스, 백합 등을 재배하고 있다. 대규모 화훼 농가는 라이덴(Leiden)과 하알렘(Haarlem) 사이에 밀집되어 있으며, 쿠켄호프 주변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쿠켄호프를 중심으로 반경 20킬로미터에 이르는 들판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꽃 재배 단지다.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튤립과 수선화, 백합 등은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수출되고 있다. 꽃을 재배하는 면적도 넓고 농가도 많은 만큼 꽃을 재배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토양과 환경을 꽃 생산에 적합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선 꽃 재배에 적합한 배수 능력을 갖춘 사구를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토양을 튤립과 수선화, 히아신스 재배에 최적인 약알칼리성 토양으로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약알칼리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화학용 비료 대신 농가에서 직접 만든 퇴비만을 고집한다. 또 친환경용 퇴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쿠켄호프 지역의 화훼 농가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꽃을 재배하여 토양이 산성화되거나 오염되는 것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3

월 말부터 온통 화려한 꽃의 세상으로 변하는 쿠켄호프 공원
친자연주의 화훼 농가가 밀집되어 있는 쿠켄호프 주변에서는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꽃을 생산하여 국내외로 판매한다. 아울러 자신들이 생산한 꽃의 우수성을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하여 부수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런 부수적인 수입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는 지상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은 튤립을 볼 수 있는 쿠켄호프 공원이다. 쿠켄호프 공원의 면적은 26헥타르에 달한다. 약 8만 평에 달하는 공원으로 넓은 공원을 장식하는 데 소용되는 수량은 1,000만 송이가 넘는다. 이 중에서 튤립이 500만~600만 송이에 이른다고 한다. 수백만 송이의 튤립을 비롯하여 수선화와 하아신스 등이 활짝 피어 있는 공원을 관람하다 보면 누구나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꽃이 피는 시기다. 수선화는 4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고, 히아신스와 튤립은 4월 하순이나 5월 초쯤 되어야 꽃이 피는데, 3월 말부터 쿠켄호프 공원은 온통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꽃의 바다로 변한다. 쿠켄호프가 이토록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할 수 있는 건 주변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화훼 농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화훼 농가에서는 공원이 개장하는 시점에 맞추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뿐만 아니라 꽃 전시가 개최되는 동안 필요한 수량까지도 미리 예측하여 만반의 준비를 해놓는다.
매년 3월 말부터 5월 말까지 두 달 동안 펼쳐지는 꽃의 향연장에는 화려하면서도 완벽하게 조성된 꽃과 나무를 비롯하여 친환경적인 각종 인공 조형물이 설치된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공원을 찾는 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꽃의 나라 네덜란드에는 쿠켄호프와 프란츠 루젠 정원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원이나 정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쿠켄호프 주변에 터를 잡은 아담한 마을에는 튤립 랜드와 히아신스 랜드 같은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크고 작은 개인 정원과 농원도 즐비하다. 수십여 곳에 이르는 개인 정원과 농원은 대부분 꽃을 재배하는 화훼 농가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들 정원과 화원에서는 꽃이 피는 동안에는 방문객에게 화원과 정원을 공개한다. 화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액의 입장료만 받고 방문객이 원하는 꽃을 꺾어 갈 수 있도록 개방하는 곳도 있다. 아예 커다란 사인보드에 꽃의 종류와 가격을 적어두어 누구나 필요한 꽃을 수시로 가져갈 수 있도록 자율 판매형식을 취한 화훼 농가도 제법 있다.
겉보기에 무뚝뚝해 보이는 네덜란드 사람들이라 환경이나 자연보호 같은 것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나 현실은 정반대다. 꽃을 사랑하고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것은 비단 화훼 농가를 운영하는 농민들뿐만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일에 종사하든 네덜란드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고 애쓴다. 또 이미 훼손된 자연을 원래 상태로 복구시키는 일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환경보호에 심혈을 기울이는 노력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이루어진다. 비단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뿐만 아니다. 곤충이나 벌레들의 서식처인 들판과 수로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경을 철저하게 보존하고 관리한다.
어느 마을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 놀이터의 경우만 해도 인공적인 재료를 최대한 억제하고 자연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이용하여 놀이시설을 만든다. 놀이터도 바람과 물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자연현상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시설물로 꾸민다. 유년시절부터 자연을 배우면서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 동화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는 현장을 보고 있으면, 좁은 국토와 열악한 자연환경을 간직한 네덜란드가 꽃과 환경보호의 왕국으로 우뚝 선 이유를 알게 된다.
 
Tip
인천 → 네덜란드 관문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까지 직항편을 이용하면 11시간 소요. 스키폴 공항 → 쿠켄호프까지는 렌터카, 기차와 버스를 연계해 이동, 렌터카 40분, 대중교통 이용 1시간 10분.
쿠켄호프 정보
매년 3월 20일부터 5월 20일까지 2개월 동안 관람객을 받는다. 입장시간 9:00?18:00, 공원 안에는 관광안내소를 비롯하여 꽃 전시장과 레스토랑 등 각종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쿠켄호프 공원 주변에는 숙박시설이 적기 때문에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는 암스테르담에서 머무는 것이 바람직하다.

Hotel Pulitzer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아름다운 운하 옆에 위치한 퓰리처 호텔은 16세기 상인의 집을 활용한 숙박시설로, 도시 역사와 무역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갖추고 있다. 2인 1실 기준 350~520유로.  www.pulitzeramsterdam.com

Amstel Intercontinental

암스테르담 도심에 자리한 국제적인 체인호텔로 쿠켄호프에서 가깝고 근처에 박물관, 미술관 등이 있다. 2인 1실 기준 300~500유로. www.interconti.com

도심 운하 변에 위치한 고급 숙박시설로 아늑하고 화려한 객실과 친절한 서비스로 명성을 얻고 있는 호텔이다. 2인 1실 기준 300~400유로. www.leurope.nl

세계적인 상업도시 암스테르담에서는 전통 요리부터 아프리카 토속음식까지 각국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음료와 차, 샌드위치는 1000곳에 달하는 브라운 카페에서 즐길 수 있다.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네덜란드 최고의 박물관으로 렘브란트, 베르메르의 작품을 비롯하여 수많은 명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www.rijksmuseum.nl 반고흐 박물관 미술 애호가는 물론 수많은 방문객으로부터 사랑받는 네덜란드의 대표 명소 중 한 곳이다. www.vangohmuseum.nl 안네 프랑크의 집 전쟁이 가져다준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장소로 많은 방문객을 불러 모으는 명소다. www.annefrank.nl

여행

시기 어느 때 방문해도 매력적인 곳이지만 튤립 축제가 열리는 4월과 5월에 찾는 것이 가장 좋다.

여행 정보

정부 웹사이트 www.visitamsterdam.nl 혹은 www.hol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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