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CULTURE 2021 Summer SPECIAL] CIRCA 프로젝트 – 공공 미술, 도시 속 계절을 품다

조회수: 1811
7월 07, 2021

글 황다나(이화여대 Art & Luxury Business MBA 겸임교수)

CIRCA 프로젝트
공공 미술, 도시 속 계절을 품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국경의 단절로 순식간에 세계화 흐름을 역행하는가 싶더니 이내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메타버스 서비스의 급속한 성장을 예고하며, 디지털 시대의 혁신 속도가 과거에 비할 바 없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미술계도 온라인 뷰잉룸, VR, 라이브 전시 투어 등 비대면 방식을 발 빠르게 안착시키고 있다. 물리적인 전시가 열리더라도 이젠 ‘관람객 수’가 제한되고 휴관과 예약제 운영을 번갈아하며 재개관을 반복하던 국공립 미술관의 행보가 일상이 됐다. 그런 와중에 ‘언택트’지만 누구에게나 개방된, 다자가 힘을 모아 대중에 위로를 건네는 흐뭇한 사례가 있어 주목된다. 서울을 비롯해 세계 5개 도시에서 펼쳐지고 있는 CIRCA 프로젝트다.



1
2
3


지난 5월 1일 저녁, 현존하는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손에서 탄생한 ‘봄날의 도래’를 알리는 신작이 서울 하늘을 물들였다.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라는 2분 30초짜리 영상으로 일명 ‘해돋이 애니메이션’이다. ‘해 질 녘의 길거리에서 일출을 바라본다’는 호크니의 발상은 오랜 팬데믹에 지친 많은 이들의 감탄 어린 호응을 자아냈다. 이렇듯 공공장소에서 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행보를 주도한 CIRCA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암울한 코로나 시대의 일상에 한 줄기 빛을 비춰주듯 영국 런던에서 시작됐다. 런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옥외 전광판 ‘피커딜리 라이트’와 온라인을 통해 팔방미인 예술가 패티 스미스(Patti Smith), 중국 작가 아이웨이웨이(Ai Weiwei) 같은 문화 예술계 거장을 위시해 유망주, 신진 작가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디지털 아트를 선보이며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오고 있다. 그러다 올 들어 호크니와 함께한 5월부터는 서울을 비롯한 뉴욕, 도쿄, 로스앤젤레스 등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5개 도시에서 같은 작가의 디지털 아트를 감상할 수 있게 된 것. 한국에서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2021년을 본떠 20시 21분 도시의 표준시로 매일 동일한 시각에 상영을 시작한다.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의 커다란 기역(ㄱ) 자 전광판은 디지털 아트 캔버스이자 야외 전시장으로 탈바꿈한다. 주로 짧은 분량의 상업광고가 상영되던 스크린은 2분 30여 초 동안 대중과 예술의 소통을 꾀한다. 매달 다른 아티스트를 섭외해 2021년의 세계를 반영한 신작을 공개하는 ‘찰나의 미술’은 더불어 사는 삶에 예술적 사유를 가미한다. 호크니의 뒤를 이어 지난 6월 한 달에 걸쳐 소개된 작가는 미국 출신의 니키타 게일(Nikita Gale). ‘Rain’, ‘Heat’, ‘Blizzard’, ‘Fog’ 등 네 작품을 돌아가면서 선보인 니키타 게일의 영상 시리즈는 국가 간 여행길이 닫히고 크고 작은 대면 공연이 중단된 상황에서 날씨의 변화, 계절의 흐름을 직시하도록 관중을 초대했다.


사실 니키타 게일의 영상에서 노래하는 인물의 모습은 대형 전광판에서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저 뿌연 화면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다가 휴대폰, 또는 카메라 렌즈 너머로 보았을 때 비로소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디지털 매개체를 통해 바라보는 시선을 위한 작품이기도 한 셈이다. 어느덧 비대면이 아닌 공연다운 공연을 관람하지 못한 지 햇수로 2년째. 오늘도 뉴스 헤드라인에는 코로나 사망자 수와 백신 접종 뉴스, 변이 바이러스 소식이 난무하는 사이 CIRCA 프로젝트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세계를 연결하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예술이, 공공 미술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제안한다.
CIRCA 프로젝트는 향후 밀라노와 마드리드로도 뻗어나가며 글로벌 프로젝트로서의 정체성을 더 공고히 다져나갈 전망이다. 7월에는 영국 출신 큐레이터 노먼 로젠탈(Norman Rosenthal) CIRCA 위원장이 선정한 젊은 작가들의 그룹전, 그리고 8월에는 바라캇 서울,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선정한 한국 작가 전소정의 작품이 전 세계로 송출된다. 땅거미 내려앉은 여름날 저녁, 코엑스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예술을 일상으로 떠나는 여정의 동반자로 삼아보면 어떨까.





[ART + CULTURE 2021 Summer SPECIAL]

1. Intro_사유의 바다, 치유의 숲  보러 가기
2. Front Story_현대미술과 치유의 계보학  보러 가기
3. 지상(紙上) 전시_Soul Mending_01_빈우혁  보러 가기
4. 지상(紙上) 전시_Soul Mending_02_염지혜 보러 가기
5. 지상(紙上) 전시_Soul Mending_03_호 추 니엔  보러 가기
6. 지상(紙上) 전시_Soul Mending_04_휘도 판 데어 베르베  보러 가기
7. CIRCA 프로젝트_공공 미술, 도시 속 계절을 품다  보러 가기
8. 샤를로트 페리앙의 미래 지향적이고 따스한 건축적 시선  보러 가기
9. Market Insight_포스트코로나 시대와 미술 시장의 지각 변동  보러 가기
10. 미술관에 간 스니커즈  보러 가기
11. 피카소 탄생 1백40주년_Irresistible Charms  보러 가기
12. ‘벚꽃’으로 돌아온 Damien Hirst, Blossoming Again  보러 가기
13. Remember the Exhibition 보러 가기 보러 가기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