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mporary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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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04, 2015

photographed by koo eun mee

때로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는 아름다움을 만나게 되면 그 아름다움 뒤에는 사랑받을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벨기에 럭셔리 가죽 브랜드 ‘델보’의 이야기다. 1백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우아함과 고고한 자태, 그 아름다움에 조화롭게 맞물린 모던한 감성이 델보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 ‘왕실의 가방’이었던 델보 백에 모더니티를 접목해 세계적으로 성장시킨 델보의 프로덕트 & 이미지 디렉터 크리스티나 젤러가 그 매혹의 비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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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스타트업 컴퍼니, 델보
델보는 벨기에가 탄생한 해보다도 1년 앞선 1829년 설립된 브랜드다. 샤를 델보가 여행용 트렁크 제조 브랜드로 설립했으며 뛰어난 가죽의 품질을 인정받아 반세기가 지난 후 벨기에 왕실이 수여하는 ‘왕실 공식 가죽 공급자’라는 영예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는 지금까지도 벨기에 왕실이 5년에 한 번 선정하는 타이틀로, 1883년에 처음 선정된 이래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는 점에서 델보의 뛰어난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1908년에는 핸드백에 대한 특허를 세계 최초로 받아내며 럭셔리 핸드백의 선구자가 되었다. 한 나라와 역사를 같이한 브랜드라는 점 외에도 델보는 20세기 여성은 물론 21세기 여성까지도 갖고 싶어 하는 백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이쯤 되면 1백80년이 넘게 이어져온 델보의 헤리티지와 고유의 브랜드 DNA를 유지하면서 동시대적인 스타일을 선도하는 비결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델보의 프로덕트 & 이미지 디렉터 크리스티나 젤러는 작지만 재미있는 요소로 트위스트(twist)를 활용한 덕분이라는 흥미로운 답변을 내놓았다. 델보 백의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형태적인 면에서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어 현대적인 요소를 접목하기가 무척 수월했다는 것이다. “델보는 큰 변화를 주진 않지만, 타임리스한 디자인에 새로운 프린팅 기법과 컬러, 스터드, 버클 같은 장식을 추가하거나 변형해 고객이 작지만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녀는 그렇기 때문에 델보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타트업 기업’이라고 칭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간 델보가 더욱 인기를 모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요즘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들은 좀 더 색다르고 신비스러운 럭셔리를 원합니다. 그런 면에서 델보는 한 번도 럭셔리 고객을 실망시킨 적이 없습니다.” 델보의 프로덕트 & 이미지 디렉터가 되기 전 칼 라거펠트와 7년간 일했으며, 크리스찬 라크로와에서 2년, 지방시에서 12년간 액세서리 라인 디렉터로 일한 경력이 있는 크리스티나 젤러. 35년간 패션계에 몸담으며 럭셔리 브랜드를 꿰뚫고 있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델보 백은 바로 브리앙과 위드미다. 브리앙은 처음 본 순간 우아하고 유니크한 매력에 반해 평생 곁에 두고 싶은 생각이 든 백이라는 말로 애정을 표현했고, 위드미는 캐주얼하고 편안한 차림에 매치하기 좋은 백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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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에서의 휴가와 전원의 낭만을 담은 2015 S/S 델보 컬렉션
크리스티나 젤러는 델보가 지향하지 않는 바에 대해서도 확실히 밝혔다. 델보가 지향하지 않는 것은 ‘너무 빈티지스러운 것’이다. “빈티지한 것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고여 있는 것은 더 이상 동시대적이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하며 예전의 디자인에만 고인 물처럼 머물러 있었다면 지금의 모던하고 유니크한 델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델보는 관습에 도전하고 질문을 던지는 화가의 작품에서 종종 영감을 얻어왔다.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파이프 그림 속 문구를 패러디한 브리앙 백이 그 예다. 이번 시즌에는 직설적인 표현이 특징인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컬러와 다양한 텍스처로 더욱 모던하게 발전시킨 브리앙과 탕페트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노르망디에서 즐기는 휴가와 전원이 주는 기쁨, 여유로움에서 모티브를 얻어 미모사, 선셋 같은 화사한 컬러로 표현했다. 델보의 시그너처 백인 브리앙의 마니아라면 이번 시즌 즐겨볼 만한 스타일이 많다. 송아지가죽에 실크 스카프 염색 기법을 사용해 화사한 핑크 컬러 카네이션을 그러데이션한 뀌르왜이에가 그중 하나. 오후에서 해 질 녘으로 넘어갈 즈음 밀밭에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빛을 표현한 구릿빛에 스터드 장식을 입힌 팔로미노 푸오로네도 봄과 여름 룩의 품격을 높여줄 것이다. 델보는 이번 시즌에 남성 컬렉션도 국내에 처음 론칭했다. 남성 컬렉션 역시 가죽으로 감싼 잠금장치와 버클, 화이트와 블랙부터 상쾌한 오션 컬러까지 아우르는 다채로운 컬러에서 델보 하우스의 장인 정신과 세련된 절제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특히 노트북 등 기기를 보다 용이하게 수납할 수 있는 뉴스페이퍼 백은 탁월한 기능성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자신의 애티튜드를 우아하게 표현해 델보 백에 더욱 특별한 애정이 간다는 크리스티나 젤러의 말처럼, 자신만의 감성을 세련되고 우아하게 표현해줄 백을 찾고 있다면 이번 시즌 델보 컬렉션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문의 02-3449-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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