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ion of infi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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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02, 2023

에디터 성정민

신념을 가진 자를 이길 방도는 없다. 자신의 직감을 바탕으로 계속 질문을 던지며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컬렉션을 풀어내는 마르코 드 빈센조(Marco de Vincenzo)가 이끄는 에트로(ETRO)의 네 번째 챕터가 열렸다.


작년 6월, 에트로(ETRO)의 최초 비가족 구성원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는 술렁거렸다. 그 주인공은 마르코 드 빈센조. 펜디의 액세서리 디자이너를 거쳐 본인의 레이블로 브랜드를 운영하기까지, 그는 다양한 경력을 줄자 삼아 에트로에서의 첫 컬렉션을 재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그의 에트로 데뷔작인 2023 S/S 여성 컬렉션. 에트로의 변화된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도 에트로 아카이브 어딘가에서 꺼낸 듯 정체성을 잃지 않은 의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극찬받았다. 그리고 1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네 번째 컬렉션을 끝마쳤다. 바로 2024 S/S 남성 컬렉션이다.
마르코 드 빈센조는 로마에 있는 유럽 디자인 연구소에서 패션 및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섬유나 패턴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여기에 가방 디자인부터 액세서리까지 커리어를 거치며 작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섬세함까지 더해진 것. 이로써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라 할 수 있는 빅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 그가 만드는 컬렉션이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재미있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옷부터 소품까지 빈티지 컬렉터인 그가 의상 하나하나에 작은 포인트와 재미를 더하는 재능이다. 팬데믹 시절 자신의 레이블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작된 그의 업사이클링에 대한 놀라운 관심과 능력은 지금 에트로 컬렉션에도 발휘되고 있다. 데드스톡 실을 업사이클링해 스웨터와 베스트, 두 가지 제품으로 만든 에트로 카인드 니트(Etro Kind Knits) 캡슐 컬렉션이 이를 증명해준다. 이런 다재다능한 디렉터가 앞으로 선보일 에트로 컬렉션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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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로의 우화, Etroallegories

2024 S/S 맨즈 컬렉션 또한 소재가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다. 바로 에트로앨러고리(Etroallegories). 그 시작은 마르코 드 빈센조가 자신의 고향을 방문하던 중, 체사레 리파(Cesare Ripa)의 <아이코놀로지(Iconology)>라는 서적 사본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이 책은 17세기의 미덕, 자질, 부도덕 등을 묘사한 우화적 이미지로 가득했고, 마르코는 이 과거의 심오한 비밀과 은밀한 의미가 가득한 흥미로운 표현에서 영감받아 현대적으로 형상화했다. 그것이 바로 2024 S/S 맨즈 컬렉션으로 탄생한 것이다. 오래된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작자 미상의 우화집을 현재의 패션 산업과 연관시킨 그의 능력이 놀라울 뿐. 얼핏 보기에도 다른 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지는 우화지만 어쩌면 거기서 마르코는 현대의 단면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디자인을 하고 그에 따라 의상을 제작해 쇼에서 선보이는 것 역시 어쩌면 이미지 메이킹에 의사소통 능력을 부여하는 우화적이고 비유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겠다. 새로운 에트로 컬렉션은 바로 이러한 의도적이고 직관적이며 비과학적인 사고에서 기인한다. 몸에 거의 닿지 않고 유려하게 흐르는 형태와 리드미컬한 패턴을 가득 믹스 매치한 스타일은 편안함과 동시에 신성함까지 풍기는 것. 넉넉한 블레이저부터 버뮤다, 점프수트, 퍼지한 점퍼, 풋볼 톱은 긴 카디건과 두꺼운 담요로 만든 코트와 조화롭게 어울린다. 더불어 소원(augurio buono), 아름다움(bellezza), 영원(eternita`), 정욕(lussu˙ria), 강인함(tenacita`)을 표현하는 우화적 이미지를 프린트와 자카드 여기저기에 반짝이는 터치로 가미해 극적인 느낌을 극대화한다. 반면 하이퍼-벌커나이즈드 왈라비 슈즈, 스퀘어 토 셰이프의 돌(doll) 슈즈, 인타르시아 백 같은 액세서리를 통해 엄숙함과 동시에 재미있는 디테일이 더해져 옷을 감상하는 내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번 컬렉션이 더 특별한 이유는 사필로(Safilo)와 파트너십으로 디자인, 제작 및 유통되는 새로운 아이웨어 컬렉션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최첨단 실루엣과 독창적인 시그니처 디테일이 특징. 오버사이즈 형태의 대담한 구조와 기하학적인 다리에 자유와 에너지 및 창의성을 상징하는 페가수스(Pegaso) 디테일을 담았다. 이는 고대 신화의 매력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표현한 에트로스크린(ETROSCREEN) 스타일의 극치를 보여준다. 2024년 1월 정식 출시 예정이며, 2023년 11월에는 새로운 아이웨어 컬렉션의 프리뷰 제품들을 에트로 부티크 및 일부 안경점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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