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to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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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 2024

에디터 성정민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필기구의 개발과 동시에 시작된 브랜드 몽블랑(Montblanc). 만년필, 볼펜의 발명부터 레더와 워치로 확장되어가는 라인업과 어느 분야도 허투루 하지 않는 위대한 장인 정신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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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시작
1748년 영국의 요한 얀센이 금속 펜을 발명한 이후 금속과 여러 소재를 다듬어 더 좋은 펜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시작됐다. 이후 1906년 친구 사이인 함부르크의 은행가 알프레드 네헤미아스(Alfred Nehemias)와 베를린 태생의 엔지니어 아우구스트 에버스타인(August Eberstein)은 휴가차 방문한 미국에서 놀라운 파운틴 펜을 발견한다. 이 펜의 편리함에 매료된 그들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 베를린 지역에 ‘짐플리치시무스 만년필(Simplicissimus Fu..llhalter)’이라는 작은 만년필 제조 공방을 열었다. 이 단어는 영어의 ‘심플리스트(simplest)’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 잉크통이 펜에 내장되어 있는 디자인의 단순함에서 착안해 공방 이름으로 사용했다. 이후 1908년 함부르크의 사업가 요하네스 포스(Johannes Voss)가 합류하며 ‘심플로 필러 펜 컴퍼니’라는 사명으로 함부르크에 본사를 창립하고 회사 등록을 완료했다. 초기엔 주문을 받아 납품하며 만년필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지만, 그들의 최종 목표는 ‘고품격 골드 만년필 제작’이었다. 독일 장인들의 기술로 제작한 품질 높은 만년필만이 미국 중심의 만년필 시장에서 유일한 승자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년 후 1909년엔 작가 스탕달의 책 제목에서 따온 ‘루즈 & 느와(Rouge & Noir)’라는 이름의 잉크가 새지 않는 만년필을 개발해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했다. 사람들이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겪는 불편을 찾아내 독일 장인의 손끝으로 해결한 것이다. 더불어 1913년 드디어 몽블랑의 상징과도 같은 엠블럼이 탄생한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인 몽블랑의 눈 덮인 봉우리를 형상화한 화이트 스타는 몽블랑의 열정과 헌신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1919년에는 함부르크에 첫 직영 매장을 오픈하고 이어 베를린과 라이프치히, 브레슬라우, 하노버와 브레멘까지 매장을 확장했다. 그 후 5년이 흐른 1924년, 드디어 몽블랑의 핵심 제품이자 역사적인 아이콘이 될 만년필이 탄생한다. 바로 ‘걸작’이란 의미의 ‘마이스터스튁(Meisterstu..ck)’이 그 주인공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일부 고객이 ‘일요일용’, 즉 매일 사용하는 용도가 아닌 훌륭한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한 필기구를 요청한 것이 시작이었다. 우연히도 몽블랑에서 수년간 사부아-페어(savoir-faire, 노하우)를 연마해온 장인들은 퍼스널 프로젝트로 자신들을 위한 유일무이한 필기구를 제작하고 있었다. 이 필기구는 뛰어난 장인 정신을 보여주었으므로 독일어로 ‘걸작(masterpiece)’이라는 의미의 마이스터스튁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처럼 운명적인 우연으로 최초의 마이스터스튁 컬렉션이 탄생하게 되었고, 이는 빠르게 문화적 아이콘이자 명품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갔다.




“디지털 시대의 정점에서도 마이스터스튁은 여전히 문화와 창의력, 연결성의 상징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장인 정신으로 지나온 시간
최초의 마이스터스튁 필기구 제품군은 1924년에 심플로 퓔페더게젤샤프트(Simplo Fu..llfedergesellschaft, 후에 몽블랑-심플로Montblanc-Simplo로 변경)로 개발되었다. 처음부터 몽블랑산의 높이를 의미하는 숫자, ‘4810’은 마이스터스튁과 본질적으로 결부되어왔다. 네 자리 숫자는 패키징에 뚜렷하게 표시되었고, 캡에 새겨졌으며, 1930년부터는 닙(펜촉)에도 각인되었다. 1934년과 1935년, ‘몽블랑 심플로 GmbH(Montblanc Simplo GmbH)’로 사명을 바꾸면서 몽블랑 만년필의 새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와 함께 여러 혁신적인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는데, 그중 하나가 마이스터스튁 라인의 이름으로 출시된 첫 신규 디자인이다. 원통형 셰이프, 싱글 보드 캡 링, 대담한 클립 디자인과 투톤 닙을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1920년대에 출시된 마이스터스튁 모델과 구별되는 발전된 디자인으로 진화했다. 1937년에는 캡 부분에 3개의 골드 링이 있는 첫 번째 마이스터스튁이 출시되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이 디테일은 초창기에 회사 창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세 사람, 빌헬름 잠보어(Wilhelm Dziambor), 크리스티안 라우센(Christian Lausen), 클라우스 요하네스 포스(Claus Johannes Voss)를 상징한다. 몽블랑은 다양한 역사적 포트폴리오도 지니고 있다. 1963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독일 방문 시 방명록에 이름을 적을 필기구를 찾던 독일 총리에게 마이스터스튁을 빌려줬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1989년에는 함부르크에 본사 건물을 새로 지어 몽블랑의 디자인 조직과 생산 조직, 경영 조직은 물론 몽블랑 박물관까지 하나의 건물에 배치해 유기적인 생산과 판매를 도모했다. 이와 함께 1990년 홍콩을 시작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또한 몽블랑은 럭셔리에 대한 메종의 신념으로 선구자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 세계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한 아티스트를 기리는 마스터 오브 아트(Masters of Art), 작가 에디션(Writers Edition), 그레이트 캐릭터 에디션(Great Character Edition) 등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매년 선보이고 있으며 레터스 라이브(Letters Live) 후원과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 지원과 같은 다양한 문화 예술 사업을 펼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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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혁신의 포트폴리오
몽블랑은 만년필 제작 관련 노하우와 장인 정신에 입각해 가죽과 워치까지 영역을 확장해왔다. 1935년 장인들이 만드는 가죽 명품으로 유명한 독일 오펜바흐 근교에 스몰 레더 아이템을 생산할 가죽 공방을 세우고, 가죽 소재의 펜 홀더와 노트 등과 같은 문구류를 생산했다. 이때부터 탄생한 몽블랑 레더 컬렉션은 모두 마이스터스튁 특유의 디자인 코드를 담아낸다. 더불어 2012년엔 이탈리아 피혁 산업과 장인 정신의 본고장인 피렌체 인근의 스칸디치에 기존의 가죽 공방을 더욱 확장한 펠레테리아(Pelletteria)를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장인 정신과 최신 피혁 가공 기술을 접목해 명품 레더 아이템을 생산한다.
몽블랑은 워치 제작에도 관심을 가져, 1998년 세계 최대 명품 그룹 중 하나인 리치몬트 그룹의 일원이 되기 1년 전인 1997년 스위스 쥐라산맥 지역 르 로클에 워치 매뉴팩처를 설립한다. 곧 몽블랑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는 국제고급시계박람회(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 SIHH)에 마이스터스튁 시계 컬렉션을 출품하며 명성을 드높인다. 2006년 리치몬트 그룹은 1858년에 설립된, 크로노그래프로 유명한 핸드메이드 무브먼트 전문 업체인 스위스의 미네르바 매뉴팩처를 인수하고 2008년엔 몽블랑 매뉴팩처가 자체 제작한 최초의 무브먼트인 MB R100 칼리버를 공개한다. 현재 빌르레 매뉴팩처의 몽블랑 무브먼트 혁신 센터는 미네르바 시절부터 이어져온 워치메이킹 전통을 계승하며 고도로 정교하고 혁신적인 컴플리케이션 시계와 무브먼트를 개발·제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로써 몽블랑은 만년필과 필기구뿐 아니라 레더와 워치 분야에서도 하이 퀄리티 명품 하우스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어떤 제품을 만들더라도 허투루 하지 않는 진정한 장인 정신에 기반한 몽블랑이 진정한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는 이유다.
100주년의 역사를 조명하다
2024년에 몽블랑의 제품 중 하나가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몽블랑의 아이코닉한 필기구, 마이스터스튁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것이다. 한 브랜드가 100년을 넘기기도 힘든데 한 제품이 100주년을 맞이한다는 건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그 제품이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면 더욱 그러하다. 몽블랑은 마이스터스튁의 기원을 조명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영향력을 기념하는 컬렉션을 선보이며 위대한 필기 문화 아이콘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다. 더불어 새로운 캠페인을 공개하며 마이스터스튁 탄생 100주년을 축하한다.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기록의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필기구, 만년필의 탄생과 함께해온 브랜드이기에 이 100주년은 그 어떤 것보다 더 역사적이고 뜻깊은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몽블랑은 인간의 기록의 역사와 그로 인해 탄생하는 다양한 콘텐츠, 문화 등을 남기고 기념하며 우리 삶과 문화 전반에 함께하는 유일무이한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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