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ite Clu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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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03, 2014

글 이소영(<사진 미술에 중독되다>, <서울, 그 카페 좋더라> 저자)

골프장에 골프만 치러 간다?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아름다운 클럽 하우스는 휴식뿐 아니라 예상치 않았던 예술 감상의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건축가 조민석의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클럽 하우스, 건축가 메흐르다드 아즈다니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 클럽 코리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이타미 준의 핀크스 등 아름다운 클럽 하우스를 중심으로 라운딩을 위한 골프 클럽을 선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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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코스의 명품 클럽 하우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
퍼블릭 코스의 클럽 하우스가 멋질 리 없다? 지난해 개장한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은 명품 퍼블릭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2014 베네치아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로 선정된 건축가 조민석이 설계한 클럽 하우스가 그 증거다. 조민석은 헤이리의 딸기가 좋아, 강남 오피스텔 부티크 모나코 등을 만든 젊은 건축가로,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의 클럽 하우스에서는 바다 조망이라는 부지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클럽 하우스는 리조트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남북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위에서 보면 X자 모양인 클럽 하우스는 2개로 나뉘어 있는데, 그 사이가 중정으로 연결된다. 남해의 온화한 날씨와 환상적인 풍광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정에 크게 구멍을 뚫어 하늘을 볼 수 있게 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시원한 남해 바다는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만의 특별한 선물이다.
클럽 하우스에는 레스토랑, 라커 룸, 리셉션, 뮤직 라이브러리, 스파 등이 자리하고 있다. 레스토랑, 리셉션, 라커 룸에는 천창이 있어 하늘을 볼 수 있고, 노천탕과 수영장에서도 바닷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골프장 중에서 유일하게 뮤직 라이브러리가 있는데, 첨단 디자인의 건축물에 설치된 아날로그 음악 감상실이 흥미롭다. 유영하는 물고기를 연상시키는 유선형의 야외 수영장은 핀란드식 히노키탕으로 직접 연결된다. 차병원에서 운영하는 차움의 테라스파는 미술가 홍동의가 내부 벽체를 작품처럼 완성해 미술관에 온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곳은 아름다운 클럽 하우스를 갖추었다는 장점 이외에 18홀 중 14개 홀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시 사이드 코스라는 것도 대단히 매력적이다. 기존의 퍼블릭 가격을 능가하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팀당 최고 1백48만원의 그린피를 내고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코스라고 생각할 골퍼들이 대부분일 것이며, 여기에는 클럽 하우스의 풍광도 한몫을 담당한다. 미국의 인기 퍼블릭 코스인 페블 비치 골프장을 연상시키는 멋진 골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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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클럽 문화의 진수, 해슬리 나인 브릿지 클럽 하우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이 퍼블릭 코스의 명품이라면, 해슬리 나인 브릿지는 골프 클럽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다. 비회원은 절대 받지 않는 클럽 문화를 적용하기에 골프장의 중심이 되는 클럽 하우스의 역할은 더욱 상징적일 수밖에 없다. 클럽 회원만의 문화를 유지하기 위한 엄격한 회원 선정과 다양한 커뮤니티 활성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운영위원회의 활동 등이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클럽 하우스이기 때문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 시게루 반이 설계한 해슬리 나인 브릿지의 클럽 하우스는 친환경적인 건축 설계에 중점을 둔 예술 작품이다. 종이관, 목섬유 등의 친환경적인 소재를 이용하는 건축가로 잘 알려진 시게루 반을 섭외한 것은 해슬리의 자연 친화적인 콘셉트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대한 나무 기둥인 팀버 스트럭처(Timber Structure)는 우리나라 전통 소품인 죽부인과 골프 티(tee)를 형상화한 것이다. 나무 구조물은 유리벽 안에 설치되어 있어 자연 채광과 통풍이 가능하며, 날씨에 따라 개방할 수 있다. 기하학적인 나무 기둥들이 이어진 내부에 들어서면 마치 숲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클럽 하우스 1층은 스타트 하우스, 2층은 스파, 3층은 야외 레스토랑이다.
해슬리 클럽 하우스는 오픈하자마자 ‘6th World Architecture Award in USA Winner’ 등 세계 3대 건축상을 휩쓸었다. 또 2014년가 선정한 ‘World’s 100 Greatest Golf Courses’, 2012 아시안 투어 플레이어가 선정한 ‘최고의 개최지’,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012 올해 꼭 가봐야 할 세계적 명소’ 중 한 곳으로 선정된 데에도 클럽 하우스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 골프 코스 또한 친환경 비료를 사용하고 토양과 하천 오염 방지 시스템을 설계해 친환경 골프장 GEO 인증을 받았다. 코스 주변에는 고라니와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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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힘, 세인트 포와 핀크스
“사람의 생명, 강인한 기원을 투영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는 건축물은 태어날 수 없다. 사람의 온기, 생명을 작품 밑바탕에 두는 일. 그 지역의 전통과 문맥, 에센스를 어떻게 감지하고 앞으로 만들어질 건축물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땅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가 들려주는 언어를 듣는 일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전시 중인 재일 교포 건축가 이타미 준(1937~2011년)의 핀크스 클럽 하우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전시를 통해 이타미 준은 원래 무겁고 원시적인 건축을 추구했지만, 말년의 제주도 건축물 작업에 이르러서는 평온하고 차분한 작품을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시즈오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의 제2의 고향이었던 제주도는,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상징적인 곳이었으리라. 핀크스 클럽 하우스는 자연과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작가의 철학을 투영한 대표적 작품으로 남았다. 클럽 하우스는 한라산의 오름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밑으로 코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레스토랑과 연회장, 스파, 라커 룸 등이 있는데, 레스토랑에서는 날씨 좋은 날이면 멀리 산방산과 마라도가 보일 정도로 탁 트인 전망을 과시한다. 이타미 준은 핀크스가 제주의 지형과 바람이 어울릴 수 있도록 클럽 하우스를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삼았다. 핀크스(Pinx)의 어원은 라틴어로 ‘pinx.it’의 줄임말로 그림을 그렸다는 의미로 그림의 서명에 사용되는 말이다. 핀크스가 위치한 비오토피아 안에 함께 만든 포도 호텔, 수·풍·석 미술관, 방주교회 등도 제주에서 받은 영감으로 탄생시킨, 소박하면서도 예술적인 그의 대표작이다.
제주의 축복받은 자연은 건축가에게 영감을 준다. 건축가 이길재가 설계를 맡은 세인트포 골프 클럽 클럽 하우스는 섭지코지에 위치한다. 묘산봉과 김녕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루이 비통 파리 본사 건물로 유명한 프랑스의 건축가 장 자크 오리가 설계 자문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클럽 하우스는 레스토랑과 사우나, 골프장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VIP룸과 전망대로 이루어져 있다. 독수리 한 마리가 날개를 펴고 있는 모양으로, 상록수림 지대이니만큼 한겨울에도 푸른색을 유지하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높아지는 구조를 띠며 새의 머리 부분이 멀리 바다를 향해 내부 제일 안쪽에서는 한눈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독수리의 알이라고도 불리는 화장실은 내부 테두리를 둘러싼 원형 바닥의 조명과 동굴 같은 천장 구조, 메탈 느낌의 타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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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진 건축가의 아난티 클럽 서울, 힐튼 남해 리조트
주목할 만한 클럽 하우스들을 살펴보다 보니 우리나라 건축가의 활약이 눈에 띈다. 특히 민성진 대표는 클럽 하우스의 고수라 할 수 있는데, 특색 있는 클럽 하우스로 손꼽히는 아난티 클럽 서울, 힐튼 남해 리조트, 금강산 아난티 골프 & 온천 리조트, 레이크힐스 순천, 아름다운 CC 등을 설계했다. 아난티 클럽 서울 클럽 하우스는 유명산의 우거진 수림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지상에서 6m 아래 땅속으로 내려가 건축물을 만들었다. 입구에서 보면 숲이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전혀 의외의 공간이 펼쳐지는 콘셉트다. 클럽 하우스의 이름은 ‘A하우스’로 아난티 클럽 서울의 모든 액티비티는 이곳에서 시작되고 끝을 맺는다. 우리나라 유일의 컨트리클럽을 표방하는 곳답게, 골프뿐 아니라 수영, 테니스, 캠핑,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채롭게 마련되어 있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액티비티가 많으니 이곳에서라면 매주 골프를 치러 가도 가족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야외 수영장 전망의 레스토랑은 클럽 하우스의 하이라이트다. 민성진 건축가의 또 다른 작품, 힐튼 남해 리조트 클럽 하우스는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을 닮은 외관으로 유명하다. 스테인리스 스틸 지붕, 자연석과 콘크리트가 어우러진 외관은 차가우면서도 아늑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럽다는 호평을 받는다. 클럽 하우스는 커뮤니티 하우스, 스파를 포함하고 있는데, 힐튼 남해 리조트가 개장 10년을 앞두고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클럽 하우스 디자인의 인기에 크게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힐튼 남해 리조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애완동물 숙박 가능 리조트이기에 휴가 시즌이면 더욱 높은 인기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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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니클라우스 골프 클럽과 레인보우 힐스
송도국제업무단지에 위치한 잭 니클라우스 골프 클럽은 국제 규모의 대회를 치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전설의 골퍼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골프 클럽답게 주차장, 갤러리 동선, 중계탑을 위한 공간, 연습장 시설을 갖췄다. 2015년 이곳에서 열릴 프레지던츠컵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러기에 건축가 메흐르다드 야즈다니가 만든 클럽 하우스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이며, 골프 클럽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코스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레스토랑과 실내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스파 등이 위치해 회원들의 원활한 네트워크를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클럽 하우스 건물은 멀리서 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우아한 유람선 같다. 이는 잭 니클라우스 골프 클럽이 한 면은 바다, 한 면은 송도국제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한다는 태생적 독창성에서 비롯된 장점이다.
레인보우 힐스 골프 클럽은 동부그룹의 김준기 회장이 직접 섭외한 거장들이 코스와 클럽 하우스 설계를 맡은 곳이다. 이미 은퇴한 세계적 코스 디자이너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RTJ)를 설득해서 설계를 맡겼고,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MAI 디자인(MAI Design) 그룹이 자국을 벗어나 최초로 디자인을 맡은 건축물이다. 이 클럽 하우스의 최대 장점은 100%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VIP존이다. VIP 스위트, 프라이빗 스파, 수행원실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 국내외 명사들이 선호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외에 홍천 휘슬링 락, 아름다운 골프 & 온천 리조트 등도 골프 애호가들에게 손꼽히는 클럽 하우스를 갖추고 있다. 때로는 스타 건축가들의 활약으로 탄생한 클럽 하우스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골프를 건전한 스포츠가 아니라 고급 레저 활동으로만 인지시킬 수 있고, 회원권 가격을 높이기 위해 호사스럽게 꾸민 곳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건축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데 의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클럽 하우스와 코스 디자인의 독창성은 비례한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다. 이번 주말에는 골프도 치고 멋진 클럽 하우스를 감상하며 모처럼 느긋한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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