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 casual c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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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01, 2011

에디터 배미진 | photographed by park gun zoo

세련된 취향의 품격 있는 비즈니스맨이라면 자신의 여가 시간에 보여주는 옷차림 또한 비즈니스 룩만큼 중요하다. 때때로 가장 결정적이고도 중요한 비즈니스는 딱딱한 회의실보다 골프장 클럽 하우스 혹은 가벼운 와인 모임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사교 모임에서의 세련된 옷차림은 자신의 비즈니스에 중요한 기회를 가져다줄 수도 있기 때문에 수트를 고를 때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캐주얼 룩 연출이 정장 입기보다 더 어려운 이유

몇 년 전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의 한 CEO로부터 외국 출장 시 겪은 옷차림에 관한 재미난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었다. 주말에 고객들과 함께 와인을 곁들인 가벼운 사교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초대된 다양한 국적의 많은 사람들 중 굳이 자기소개를 하지 않아도 누가 한국인인지 옷차림으로 식별이 가능했다는 얘기였다. 자연스러운 차림의 다른 외국인들과는 달리 한국에서 온 비즈니스맨들은 하나같이 딱딱한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기 때문. 요즈음 많은 한국 남성 CEO들이 옷차림에 관심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아직도 특유의 권위적인 사고, 또는 그냥 어색하기 때문인지 캐주얼한 모임이나 외국 출장 시 가벼운 미팅에도 굳이 정장을 고집하는 이들이 많다는 증거이다. 평소 수트를 잘 입기로 소문난 베스트 드레서인 그 CEO 역시 포멀한 파티라면 제대로 격식을 갖춘 턱시도를 입으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옷차림에 신경을 덜 쓰게 되지만, 드레스 코드가 없는 캐주얼한 사교 모임에서의 옷차림 연출은 참 어렵다고 얘기한다.
미국의 유명한 어느 이미지 컨설턴트가 우스갯소리로 부인이 남편의 비즈니스를 망치고 있다고 얘기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이야기의 핵심은 수트를 입었을 때는 ‘대충 봐줄 만했던’ 남성들이 간혹 캐주얼 룩을 입었을 때 보면 젊어 보이기는 하나 어딘가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 어색한 경우가 많다는 것. 그럴 때는 거의 80% 이상이 부인이 골라준 의상이었다는 것이다. 백화점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으로, 보통 부인이 남편 옷을 구입하러 오는 예가 많다. 그런데 이때 남편의 옷장에 어떤 아이템이 있는지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눈에 확 들어오거나 취향에 맞는 아이템을 고르는 일이 많다고 한다. 결국 부인의 취향이 여과 없이 반영된 옷차림은 정작 옷을 입는 당사자인 남편들의 스타일을 어설프게 망치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교 모임에서의 세련된 캐주얼 룩 연출법

그렇다면 사교 모임도 비즈니스의 한 부분이란 생각으로 남성들도 여성들 못지않게 옷장 정리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쇼핑 전에 어떤 아이템이 필요한지 꼼꼼히 파악해보는 것은 어떨까? 수트보다는 다양한 아이템이 필요한 캐주얼웨어를 고를 때는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만약 쇼핑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면 백화점보다는 조금은 한산한 호텔 아케이드나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또는 다양한 브랜드로 구성된 편집 매장을 이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 특히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경우 여성들이 주로 애용하는 백화점보다 스타일리시하고, 트렌드를 추구하는 남성들이 많이 드나들기 때문에 옷에 대한 정보나 트렌드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무엇보다도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나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취향의 업그레이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골프 외에 와인이나 클래식 음악, 그리고 시가 클럽 같은 다양한 사교 모임이 확산되어가고 있는 요즘, 본인이 직접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디렉터가 되어 ‘나’라는 사람의 취향을 파악하고 라이프스타일에 변화를 주면서 자신만의 콘셉트를 만들어가는 것 또한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우선 멋스러우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은 젠틀맨의 캐주얼웨어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할 아이템을 살펴보자면 바로 ‘스포츠 코트’, 즉 ‘재킷’이다. 어느 남성복 관련 책에서 표현하기를 ‘수트는 원칙의 예술이고, 재킷은 코디네이션의 예술’이라고 한 글귀가 기억에 남는다. 멋진 단색 블레이저와 패턴이 세련된 캐주얼 재킷을 TPO에 맞게 입는 것. 즉 재킷을 입으면 입을수록 패션 감각과 안목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울 소재의 네이비 블레이저는 캐주얼이나 정장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실용적 아이템으로, 언제 어디서든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아이템이다. 게다가 올봄, 여름 컬렉션에서는 유달리 기능성을 갖춘 가벼운 느낌의 시어서커 소재라든가 리넨과 모직, 실크로 이루어진 혼방 원단의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캐주얼한 재킷들이 많이 보인다. 이런 캐주얼 재킷에는 보통 수트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버튼다운 셔츠, 선명한 색상의 스트라이프 셔츠 그리고 체크 셔츠가 잘 어울리며 고급스러운 캐시미어 니트 베스트나 스웨터와 매치해도 무난하다. 가끔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프티 스카프를 착용해도 멋스럽다. 너무 풍성한 스카프는 모델들의 캣워크에서는 멋져 보일지 몰라도 실제 중년 남성들에겐 자칫 좀 느끼해 보이거나 올드해 보일 수 있으니 유의할 것.
또 캐주얼 재킷과 어울리는 아이템 중 남성들이 많이 착용하는 ‘폴로 셔츠’라 불리는 ‘피케 셔츠’가 있다. 피케 셔츠는 재킷과 함께 입을 때는 옷자락을 반드시 바지 속으로 집어넣어야 하고, 단추를 단정히 모두 채우거나 한 개 정도만 푸는 것이 자기 관리가 철저한 젠틀맨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 무늬나 색상을 고려하지 않거나 스타일이 다른 아이템들과 같이 입는 것은 포멀한 수트를 잘못 입었을 때와 같이 치명적일 수 있다. 평소보다 밝은 색상의 피케 셔츠로 경쾌한 느낌을 주는 것도 캐주얼웨어를 즐기는 또 하나의 포인트일 수 있으므로 과감하게 도전해 볼 것. 또 캐주얼 룩이라고 해서 자신의 치수보다 넉넉히 입거나 다소 타이트하게 입어도 상관없을 것이란 생각 역시 금물. 자신의 치수에 꼭 맞는 자연스러운 데님 청바지나 셔츠를 고르는 것은 깔끔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비즈니스맨이라면 갖춰야 할 기본 자세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소품이나 액세서리의 활용. 캐주얼한 재킷에는 로퍼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데, 이때 발목까지만 오는 짧은 양말은 절대 매치해선 안 된다. 아무리 고급스럽고 좋은 옷을 입었을지라도 의자에 앉았을 때 보이는 발목 양말은 그 사람을 경박스러워 보이게 한다. 차라리 맨발에 보트 슈즈 같은 캐주얼 슈즈를 매치하는 것이 훨씬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굳이 양말을 신어야 한다면 늘어지지 않게 거의 종아리 정도까지 높이 올라오는 길이를 선택한다. 색상은 팬츠와 비슷한 색상이나 한 톤 짙은 색상이 안정적이며 때로는 잔잔한 패턴이 들어간 양말을 선택하는 것도 스타일리시해 보일 것이다. 고급스러운 캐주얼 벨트 역시 정장 차림만큼 중요한데, 심플한 정장용 벨트와는 다르게 스티치가 다소 크게 들어간 코튼 벨트나 위빙 가죽 벨트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색다른 캐주얼웨어를 연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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