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19 SUMMER SPECIAL] Masterly Tales_Avi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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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3, 2019

글 고성연

< Masterly tales >

흔히 ‘남프랑스’라고 부르는 지역 중 하나인 프로방스(Provence)는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빛의 땅이다. 수많은 이들이 영혼을 보듬어줄 햇살을 찾아 이곳에 오고, 도무지 잊지 못해 아예 짐을 싸서 제2의 고향으로 삼는다. 아비뇽에서 시작한 프로방스 여행은 마침 론강 계곡에서 지중해 쪽으로 부는 차고 건조한 바람 ‘미스트랄(mistral)’이 장식했다. ‘훌륭한’, ‘거장다운’ 같은 뜻을 지닌 영어 단어 ‘masterly’와 어원을 같이하는데, 이 바람은 명칭에 걸맞게 먼지를 날려주고 비구름을 몰아내준단다. 그래서 청정하고 따스한 날씨의 도우미로 여겨지기도 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풍경화에 소용돌이처럼 솟구치는 원들이 미스트랄의 소산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이 바람조차 때로는 사랑스럽다. 더욱이 문화 예술적으로 동시대적 감성이 스며들면서 묘한 앙상블을 일으키는 변화의 풍경은 프로방스에 매력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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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Go-Produc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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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TGV로 2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는 도시 아비뇽은 프로방스 여행의 문을 열기에 좋은 시작점이다. 론강변에 그림처럼 자리한 ‘끊어진 다리(생 베네제 다리)’로 상징되기도 하는 아비뇽은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문화유산으로 사랑받는 도시다. 14세기 초, 왕권과 가톨릭 세력의 대립으로 불안해진 정세 탓에 바티칸으로 가지 못한 교황 클레멘스 5세가 아비뇽에 머물게 됐다. 7명의 프랑스 교황을 거치면서 70년 가까이 계속된 이른바 ‘아비뇽 유수’는 도시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성직자를 비롯해 예술가, 학자 등 수많은 이들이 이 도시를 방문한 덕분에 긍정적인 효과도 많았다.

첨단 기술을 녹여낸 21세기형 교황청 투어
아비뇽 유수가 낳은 대표작이 현존하는 고딕 양식의 궁전 중 가장 빼어난 건축을 자랑하는 교황청이다. 성벽 높이 50m, 두께 4m의 견고한 요새 같은 석조 건물은 한눈에 봐도 웅장하기 그지없고, 내부 역시 화려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단번에 이해된다. 아비뇽에 간다면 이 교황청 주변을 여유 있게 거니는 산책 코스도 빼놓을 수 없는 즐길 거리지만, 내부 투어도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3D 기술과 증강 현실 기술을 활용한 ‘히스토패드 태블릿(histopad tablet)’으로 마치 중세로 되돌아가 교황청 ‘식구’들이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도시를 이끌었는지 엿볼 수 있는 ‘몰입형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황청 내부 투어를 끝내고 정상으로 올라가면 탁 트인 도시 풍경이 시야에 들어오는 감동도 놓치기 아까운 경험이다. 미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다면 이 부근에 있는 라 미랑드(La Mirande)를 추천할 만하다. 5성급 호텔이기도 하지만 운치 있는 살롱 스타일의 카페도 있는데,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너처 티 세트와 디저트가 일품이다.

신구가 교차하는 문화 콘텐츠의 향연
교황청 시절은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아비뇽은 여전히 격조 있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묻어나는 도시다. 대놓고 화려하지 않지만 문화 콘텐츠의 수준도 높다. 중세와 르네상스 등을 아우르는 귀중한 예술품을 접할 수 있는 칼베, 프티 팔레 같은 뮤지엄들도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동시대 미술을 접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도 눈에 띈다. 유명 컬렉터이자 딜러인 이봉 랑베르(Yvon Lambert)가 기증한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는 현대미술관 ‘랑베르 컬렉션(Collection)’이 대표적이다. ‘Silence in the Museum’이라고 크게 쓰여 있는 미색 건물로 들어가면 정원의 설치 작품이 반기는 이 미술관은 미니멀 아트, 개념 미술, 대지 미술 등을 두루 망라하고 있다. 특히 솔 르윗 소장품이 인상적이다. 또 구시가지 중심부에 자리 잡은 앙글라동 뮤지엄(Le Musée Angladon)은 드가, 세잔,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 19세기와 20세기 거장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아비뇽의 문화적 자부심은 단연코 해마다 7월에 열리는 연극제이자 종합예술 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이다. 인구가 10만 명도 되지 않기에 평소에는 한적하게 거닐 수 있는 아비뇽의 거리가 인파로 뒤덮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풍스러운 극장들은 물론이고 축제 시즌에만 ‘꽃단장’을 한 채 여는 일종의 ‘팝업 전시장’이나 호텔은 도시에 놀라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 들뜬 열기에 취하면 찜통더위마저 잠시 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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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Divine Comédie
걸어서 5~10분이면 교황청에 닿을 수 있는 중심가에 많은 이들이 엄지를 치켜드는 ‘라 디비네 코메디(La Divine Comédie)’라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이탈리아 문호 단테의 사후 세계 여행담이라 할 수 있는 고전 <신곡>에서 이름을 따왔다. 실제로 1층 응접실 테이블에는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동시에 담은 희귀본 <신곡>이 놓여 있다. 확실히 ‘이름’에 걸맞게 뭔가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는 면모를 지닌 공간이다. 대문을 열자마자 무려 2백50년 된 플라타너스를 비롯해 키 큰 나무와 꽃으로 가득한 커다란 정원이 시선을 압도하며, 고풍스러운 건물 안에는 빈티지 가구와 현대적인 예술 작품이 우아하게 공존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부지의 역사는 무려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추기경의 사적인 거처였다고. 가장 최근에는 35년 동안 학교로 사용됐는데, 현재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7년에 걸쳐 세심한 ‘재창조’ 작업을 했다. 주말이면 ‘매진’되기 일쑤인 객실은 단 5개.
주소 Impasse Jean-Pierre Gras, 84000 Avignon
사이트 www.la-divine-comed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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