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19 SUMMER SPECIAL] Masterly Tales_Marse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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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03, 2019

글 고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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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를 가든 남쪽의 항구도시는 대체로 활기가 넘친다. 게다가 연중 3백 일이 햇살로 가득한 도시라면 두말해 무엇하랴. 파리에서 TGV로 3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3시간 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4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는 탁월한 지리적 입지를 자랑하는 남부 프랑스의 주요 허브 도시 마르세유. 프랑스가 낳은 세기의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의 고향인지라 그의 현란한 발 기술(요즘 이강인 선수 덕분에 한국에서 더 유명해진)에도 ‘마르세유 턴(Marseille turn)’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크루즈나 해상 스포츠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바다, 천혜의 자연이 펼쳐진 칼랑크 국립공원 등을 끼고 있어 영화 촬영의 무대로도 빈번히 애용됐지만, 이 항구도시에는 지중해 무역의 중심이었던 과거의 영광에 기대 산다는, 다소 칙칙한 이미지도 공존했다. 그런데 2013년 유럽의 문화 수도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1백80도 변신했다. 그 중심에 지중해를 배경으로 압도적인 오라를 뽐내는 독창적인 건축물 뮈셈(MuCEM, 지중해 문명 박물관)이 있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들어선 ‘스펙터클’ 현대 건축물
2013년 지구촌 문화 예술계의 눈길은 마르세유에 꽂힐 수밖에 없었다. 수도인 파리가 아닌 도시에 분관 형태가 아닌 대형 국립박물관의 등장이라는 배경 덕택에 호기심이 쏠리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푸르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그야말로 시선을 압도하는 ‘스펙터클’이 주는 효과 때문이었다. 항구의 대문을 지켜온 상징적인 생장 요새(Fort Saint-Jean)의 베이지색과 절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통해 성벽과 이어지는 현대적인 유리 건축물. 뮈셈을 덮고 있는 반복되는 콘크리트 소재의 그물 문양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물 문양의 틈새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거닐면서 탁 트인 지중해를 바라보는 쾌감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다. 하지만 자연과 어우러지는 빼어난 건축물이 선사하는 이 감동이야말로 매년 1백5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이유일 것이다. 뮈셈을 설계한 이탈리아계 프랑스 건축가 루디 리초티(Rudy Ricciotti)는 단숨에 ‘스타키텍트’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뮈셈 사례로 활기를 띤 마르세유의 문화 풍경
이제 마르세유는 뮈셈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이 건축 사례는 성공적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아파트 단지 시테 라디외즈(Cité Radieuse)를 비롯해 자하 하디드, 구마 겐코 등 쟁쟁한 건축가의 작품이 많지만 뮈셈 효과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중요한 건 ‘윈윈’이라는 점이다. 도시를 찾는 방문객 수가 많아지면서 마르세유 파인 아트 뮤지엄, 캉티니 등 시립 미술관이나 아트 센터 등 각종 문화 엔진이 더 활발하게 콘텐츠 개발에 나서는 선의의 경쟁 효과도 있다. 뮈셈 역시 콘텐츠에 집중한다. 명칭이 말해주듯이 뮈셈은 ‘지중해 문명’을 큰 주제로 다루겠다는 야심 아래 기획되었다(이집트, 기독교, 이슬람 문명 등을 아우르는 방대한 콘텐츠를 보유한 이유다). ‘지중해 문명이란 과연 무엇인가? 애초에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해 폭넓은 연구를 진행하는데, 마르세유의 ‘교차지’ 배경을 감안할 때 영리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오래된 문명만 파고드는 건 아니다. 3,690m2에 이르는 전시 공간을 활용해 피카소 등 수준 높은 근현대미술 전시를 개최한다. 현재는 베니스에서도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장 뒤뷔페(Jean Dubuffet)> 전시가 진행 중이다(9월 2일까지).









윈 타블 오 쉬드(Une Table Au Sud)
햇살이 축복을 내려줄 때 마르세유의 구항구는 비가 올 때와 아주 딴판이다. 바다며 건물이며 요트며 모조리 반짝반짝 빛나는 풍경이 일품이다. 이처럼 예쁜 풍경과 함께 미각까지 행복하게 해줄 장소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윈 타블 오 쉬드(Une Table au Sud)는 그런 맥락에서 추천할 만한 곳이다(기호에 따라 엇갈리기는 하지만 마르세유는 지방의 고유 음식인 ‘부야베스’만을 먹으러 찾는 이들도 있는 도시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 2층에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과 화사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공간이 펼쳐지는데, 프랑스에서 가장 젊은 미슐랭 스타 셰프로 꼽히는 뤼도비크 튀라크(Ludovic Turac)가 꾸려나가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원래 툴루즈 출신의 유명 셰프 리오넬 레비가 차렸지만, 그가 2012년 말 호텔계로 떠나면서 튀라크가 맡게 됐고, 2015년 미슐랭 스타를 획득했다. 미학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플레이팅이 인상적이고 채소 등 재료의 식감을 살리는 솜씨가 뛰어나며 디저트 맛이 빼어나다.밤이든 낮이든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이 식욕을 북돋는 건 물론이다.
주소 2 Quai du Port, 13002 Marseille
사이트 www.unetableaus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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