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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03, 2018

글 고성연

끝없이 진화하는 기계 미학의 결정체, 자동차. ‘이동’과 ‘레저’가 라이프스타일의 키워드인 시대인 덕분인지 남들이 불황이니 어쩌니 해도 자동차 산업은 그다지 타격을 받지 않는 영역 중 하나다. SUV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실용성과 개성,
품격의 조화를 지향하면서 소비자 마음을 공략하는 다채로운 프리미엄 자동차들의 격전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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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속도를 향한 인간의 한없는 욕망, 기계 미학에 대한 열망, 그리고 신분을 드러내는 과시 욕구를 반영한 소비 대상이다. 포드에서 발표한 2018년 트렌드 리포트를 보면 대다수(87%)의 사람들은 미래에 더 나은 교통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의 자동차는 이미 눈부신 기술의 결정체이지만 커넥티드 기술, 자율 주행, 가상현실, 친환경 등 앞으로도 혁신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사실 극소수의 예를 제외하면 대량생산 체제에 기대는 자동차 산업은 갈수록 다양해지는 21세기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가 결코 녹록지 않은 영역이기도 하다. 더구나 오늘날 소비 산업은 고객 한 명당 하나의 제품을 제시할 수 있는 이른바 ‘N=1’ 시대를 향해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가 진작에 나올 만큼 ‘개인화’ 노선을 걷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최근 자동차 소비에서도 다양성의 증대가 돋보인다. 레저를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더욱 확산되면서 실용성을 중시하면서도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다채로운 차종이 인기를 끄는 추세다. ‘나만을 위한 특별함’을 갖춘 맞춤형 상품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불과 5년 전만 해도 한 브랜드가 5천 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면 수입차 5위권에 당연히 들어갔지만, 이제는 10위권도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시장도 커졌지만 취향도 다양해진 것이다. 이처럼 갈수록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지는 소비자 입맛을 감안한 ‘업그레이드’된 상품이 선보이고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2018년은 각 브랜드의 신차 출시 공세와 마케팅이 더 적극적으로 펼쳐질 전망인 데다 디젤 게이트로 공백기를 가진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의 판매가 재개되면서 하이엔드 자동차 시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춘추전국시대의 양상을 띤 자동차 시장의 주요 키워드를 점검해본다.


SUV 기상도, ‘맑음’ 속 치열한 전쟁
‘여행과 이동의 시대’답게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은 21세기의 키워드 중 하나다. 2017년 하반기에도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의 기세는 대단했다. 2017년 초만 해도 프리미엄 중·대형 세단이 재부상되면서 강세가 살짝 주춤한가도 싶었지만 이내 다시 SUV 열풍이 불어닥쳤다. 중소형 SUV뿐 아니라 덩치 큰 7, 8인승 대형 SUV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SUV 르네상스’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일례로 2톤이 넘는 대형 SUV로 전 세계적인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해온 포드 익스플로러를 비롯해 tvN 역대 최고 흥행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로 인지도를 크게 높인 마세라티 르반떼, 미국 정치인, 스포츠 스타, 힙합 아티스트들의 관심을 듬뿍 받아온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 4세대 신형 모델 모두 사랑받았다. 국내 브랜드로는 기아차 모하비가 크기와 동력 성능 면에서 수입 대형 SUV와 비교되는 차종이다. 차체 길이가 5m를 넘나드는 대형 SUV에 쏟아지는 관심은 흥미롭다. 육중한 체격은 그만큼 넉넉한 적재 공간을 의미하기도(실제로 좌석을 접으면 양문형 냉장고까지 실을 수 있는 모델이 많다) 하지만, 웬만한 주차장에 쉽게 넣지 못한다는 얘기도 된다. 그럼에도 온·오프로드를 넘나드는 뛰어난 주행력과 압도적인 존재감은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2016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르반떼를 처음 공개하면서 럭셔리 SUV 시장에 진출한 마세라티 관계자는 “제네바 모터쇼 이후 르반떼가 2017년 6월까지 전 세계 72개국에 걸쳐 2만5천 대 이상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며 “올해는 기존 모델에 새로운 ‘듀얼 트림’ 전략, 전동식 스티어링 등 하이테크 기능 등을 더한 2018년식 르반떼로 승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세라티 고객은 그란 루소, 그란 스포트 중 한 가지 트림을 선택할 수 있고, 유압식을 대체한 보다 가볍고 관리가 쉬운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 덕분에 날카로운 핸들링 경험을 즐길 수 있다. 2018년은 람보르기니의 SUV 우르스와 롤스로이스 최초로 사륜구동 시스템과 럭셔리를 결합한 모델이라는 컬리넌도 가세할 예정이라 럭셔리 SUV 시장은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프리미엄 중형 SUV 경쟁은 더 치열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GLC, 랜드로버의 디스커버리 스포츠와 레인지로버 벨라, 렉서스의 NX 시리즈, 볼보의 XC 풀 체인지 모델 XC60, 그리고 최근 선보인 SUV 강자 BMW의 중형 SUV로 265마력의 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3세대 모델 X3, 3열 시트를 도입한 푸조의 2세대 신형 SUV 5008 등 그야말로 불꽃 튀는 쟁탈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여기에 한국지엠에서도 중형 SUV 에퀴녹스를 2018년 상반기에 내놓을 예정이고, 아우디는 프리미엄 SUV Q7을 출시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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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탄탄한 고정 팬덤을 지닌 럭셔리 세단

SUV처럼 가파른 성장세를 누리지는 못하더라도 럭셔리 세단 시장은 든든한 고정 소비자층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이 분야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대결은 흥미진진하다. BMW는 역대급 성적을 거둔 뉴 E클래스로 의기양양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콧대를 ‘520d’ 모델을 앞세운 뉴 5 시리즈로 최근 다시 꺾으면서 어느 정도 자존심을 회복했다. BMW 그룹 코리아 관계자는 “BMW 5 시리즈는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량이 2만3백7대로,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설명했다. 운전의 편리함을 배가하는 반자율 주행 기술을 전 모델에 기본적으로 적용하고, 직접 터치스크린을 조작하지 않고 간단히 손동작만 해도 볼륨 조절이나 전화 수신이 가능한 뉴 5 시리즈의 매력이 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메르세데스-벤츠는 E클래스의 라인업을 더 강화하는 한편, 1억~2억원대 고가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인 더 뉴 S클래스 시리즈로 자웅을 겨루고 있다.
BMW vs 벤츠의 양강 구도만큼이나 수요 다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가을 선보인 현대차의 야심작인 중형 세단 제네시스 G70을 비롯해 토요타의 뉴 캠리 8세대 모델, 닛산 알티마 등 국산 브랜드와 일본 차도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행 안정성과 향상된 차체 강성을 보장한다는 TNGA 플랫폼을 내세운 뉴 캠리(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는 빠른 속도로 판매 2천 대를 돌파하더니 지난 11월 말에는 ‘누적 계약 3천 대’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럭셔리 스포츠 세단 세그먼트의 ‘워너비 아이템’으로 꼽히는 포르쉐의 신형 파나메라 4S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완전 변경 모델인 2세대 파나메라는 엔진과 변속기를 완전히 재설계해 기존 모델보다 20마력이 증가한 440마력을 발휘한다. 포드의 스포츠 세단 머스탱 신형 모델도 V8 GT 모델과 10단 자동변속기 등 역대 최고 성능을 갖춘 채 2018년 상반기 중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시작가가 6억3천만원대로 럭셔리 세단의 최고봉이라고 할 만한 롤스로이스의 뉴 팬텀은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스펙’을 자랑한다. 100%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공간 프레임인 ‘럭셔리 아키텍처’, 6mm 두께의 이중 유리창과 고흡수성 재료로 부쩍 향상된 방음 기능, 트윈 터보 V12 엔진 등 롤스로이스다운 화려한 면면이 돋보이는데, 그중에서도 맞춤형 옵션인 ‘더 갤러리(The Gallery)’는 단연 눈길을 끈다. 자동차 대시보드에 오너의 DNA 구조를 금도금으로 3D 프린팅한 조각, 도자기 재질로 정교하게 가공한 장미 줄기나 보석, 실크로 만든 디자인 아트 등 자신이 원하는 예술 작품을 ‘심어’ 개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옵션이다. 자동차 자체가 움직이는 예술품이 될 수 있을뿐더러 ‘나만을 위한 특별함’을 품는다는 맥락에서 ‘N=1’을 구현했다고 할 수 있겠다. 비스포크 옵션은 긴 작업 시간이 소요되지만 실크, 목재, 가죽 등으로 구성된 ‘더 갤러리’ 컬렉션을 선택하면 즉시 장착할 수도 있다.
하이브리드카, 꽃을 피울까
‘친환경’은 줄곧 관심받아온 주제였지만 ‘디젤 논란’ 덕분에 가솔린이 위상을 되찾은 것은 물론 하이브리드가 부쩍 힘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성적을 보면 전체 수입차 중 하이브리드카가 10대 중 1대였다. 지난 하반기 이래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프리미엄 하이브리드 차종은 앞서 언급한 토요타의 뉴 캠리 하이브리드 버전, 렉서스 중형 하이브리드 세단 ES300h. 렉서스가 2017년 11월 발표한 하이브리드 SUV 모델인 NX300h에 이어 최근 발표한 플래그십 쿠페인 뉴 LC500h(New LC500h)도 ‘멀티 스테이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BMW도 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신차 3종을 내놓고 친환경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데 나섰다. BMW 최초의 PHEV 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SAV)인 X5 xDrive40e i퍼포먼스, 3 시리즈 기반의 PHEV 모델인 330e i퍼포먼스 M 스포츠 패키지, 그리고 뉴 7 시리즈에 eDrive 기술을 접목한 PHEV 럭셔리 세단 740e i퍼포먼스 M 스포츠 패키지가 그 주인공이다. BMW 브랜드의 카테고리는 크게 BMW와 고성능 부문인 M, 순수 전기차 부문인 i로 나뉘는데, PHEV 전기화 모델인 ‘i퍼포먼스’는 기존 모델과 i 브랜드 사이에 자리 잡은 친환경 지향의 라인업이다. 올해 아우디에서는 하이브리드 기능을 적용한 e트론 SUV를 선보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실 ‘친환경’은 이제 단지 화제어만으로 조명받기에는 막중한 무게를 지닌 단어가 됐기에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더욱 깊어질 듯하다.
올해 자동차업계에서 지켜볼 만한 또 다른 풍경은 수요의 다변화 현상에 따른 ‘비인기 종목의 재발견’ 여부가 아닐까 싶다. 해치백, 쿠페, 왜건 등이 세단이나 SUV에 밀려 소비자의 레이더망에서 거의 벗어났지만, ‘실속’과 ‘남다른 개성’을 따지는 소비자 집단이 성장하면서 2018년은 조금 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점치는 전문가가 꽤 있다. 일례로 기아차가 소형 해치백인 신형 프라이드를, 그리고 르노삼성이 소형 해치백 모델인 클리오를 선보일 예정인데, 과연 차급에서 겹치는 소형 SUV 진영의 공세 속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궁금해진다. 어쨌거나 신차 구입을 염두에 둔 소비자라면 점점 다채로워지는 선택의 장에서 즐겁고도 괴로운 고민을 각오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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