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vellous Melbou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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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02, 2016

글 이소영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호주라는 것을 아는지? 호주의 문화 수도 멜버른(Melbourne)은 예술과 자연의 도시, 커피와 초콜릿의 도시, 미식과 와인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골드러시 시대의 고풍스러움과 21세기의 혁신이 공존하는 멜버른에서 치유와 낭만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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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한다는 것은 잠시 그곳에서 사는 것이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슴을 열어 숨쉬는 것이고, 새로운 일상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지를 결정할 때 심사숙고하며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된다. 영감과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곳, 어쩌면 삶의 가치관까지 바꿔줄 수 있는 곳을 선택하기 위해서다. 때로는 여행을 통해 결핍을 충족하고 싶은 욕망을 투영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남녀노소 아등바등 사는 것이 미덕이기에, 삶의 질이 높은 나라를 여행으로나마 경험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 같다. OECD가 매년 발표하는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독식한 가운데, 가장 여러 번 ‘살기 좋은 나라 1위’를 기록하는 나라가 바로 호주다. 더 나은 삶 지수는 환경, 건강, 삶의 만족도, 일과 삶의 균형, 안전, 시민 참여,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등 11개 부문을 평가하는 지표다. 호주는 평균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5.9㎍/㎥로 ‘공기가 가장 깨끗한 나라 1위’이기도 하다. 호주의 문화 수도, 멜버른을 산책하며 왜 이곳이 세계 최고의 나라로 선정되었는지 탐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뉴욕보다 인구당 예술가 비율이 높은 도시

멜버른은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Victoria) 주의 주도로, 호주에서 극장과 갤러리, 박물관, 공연장 등이 가장 많은 문화 예술의 도시다. 인구당 예술가 비율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보다 더 높은 예술가의 도시이기도 하다. 멜버른 아트 여행은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Flinders Street Station)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1854년 세운 최초의 기차역으로 멜버른의 랜드마크이자 교통 중심지로 여전히 군림하고 있다. 고풍스러운 기차역 바로 맞은편에는 현대적 디자인의 페더레이션 광장(Federation Square)이 펼쳐진다. 페더레이션 광장은 일종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매일 크고 작은 공연이 열리며,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에는 시민들이 모여 전광판을 보며 응원을 펼치곤 한다. 광장 뒤편에는 호주영상박물관(ACMI), 내셔널 디자인 센터(National Design Centre), 국영방송국 SBS 등이 위치한다. 호주영상박물관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열린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처음 기획한 곳으로, 최근에는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회고전이 열렸다. 부근에는 발레리나의 하얀 튀튀를 철골로 형상화한 아트 센터(The Art Centre)와 국립미술관(NGV)도 있다. 아트 센터의 건축 디자인은 특히 환상적인 야경을 선사하는데, 마치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호주 발레단과 호주 발레 학교의 고고한 위상을 상징하는 듯하다. 국립미술관은 빅토리아 주립 갤러리 부설 이언 포터 센터 NGV 호주(The Ian Potter Centre: NGV Australia)와 NGV 인터내셔널(NGV International) 두 곳으로 이루어져 있다. NGV 호주는 원주민인 애버리지니(Aborigine) 예술의 독창성을 알리고 있고, NGV 인터내셔널에서는 호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현대미술 전시가 열린다. 근래에는 내년에 서거 1백 주년을 맞는 미술가 에드가 드가(Edgar De Gas) 전시가 열렸다.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시간의 블랙홀을 산책하다

파리에 센 강이 있다면, 멜버른에는 야라 강(Yarra River)이 있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부근의 문화 예술 관련 건물과 주요 랜드마크가 야라 강변을 따라 펼쳐져 있으며,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도 이어진다. 그래서 멜버른은 산책하기 좋은 도시이기도 하다. 구획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지도를 들고 산책하는 것도 좋지만, 여행자를 위한 골목 투어인 ‘히든 시크릿 레인스 & 아케이드 투어(Hidden Secrets Lanes & Arcades Tour)’를 신청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이곳은 1800년대 골드러시 시대에 유럽과 미국,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일군 도시답게 서로 다른 문화가 어우러진 화려한 건축물과 문화를 통해 전통과 자부심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CBD(Central Business District)의 영국풍 건축물 사이의 골목을 산책하다 보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 수도의 매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관공서와 회사가 몰려 있는 CBD는 오전 6시부터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멜버니언(Melbournian)들은 아침으로 커피와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으며 출근 전 잠시 여유를 즐기기 때문이다. 호시어 레인(Hosier Lane), 디그레이브스 스트리트 & 센터 플레이스(Degraves St. & Centre Place), 코즈웨이 & 에퀴터블 플레이스(Causeway & Equitable Place)가 CBD의 대표적 골목이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플린더스와 스완스톤(Swanston) 스트리트 사이의 호시어 레인 방문은 필수다. 그라피티 골목으로 불리는 호시어 레인에서는 그라피티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고, 밤이나 낮이나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에 현지인도 즐겨 찾는다. 디그레이브스 스트리트 & 센터 플레이스는 길이 200m 정도의 아담한 골목인데, 노천카페와 레스토랑, 디자이너 부티크 등이 가득하다. 클래식한 수제 문구점 ‘일 파피로(Il Papiro)’와 컵케이크 전문점 ‘리틀 컵케이크(Little Cupcakes)’가 유명하다. 골목 투어에서 아케이드를 빼놓을 수 없다. 먼저 1869년 개관한,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로열 아케이드(Royal Arcade)는 초콜릿 카페 ‘코코 블랙(Koko Black)’, 모든 종류의 보드게임을 취급하는 ‘더 게임 숍(The Game Shop)’ 등이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블록 아케이드(The Block Arcade)에서는 모자이크 타일과 유리 돔 천장에서 19세기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전통 디저트 래밍턴(lamington)을 곁들인 애프터눈 티 세트로 유명한, 5대째 이어 내려오는 카페 ‘홉툰 티 룸스(Hopetoun Tea Rooms)’, 3백 가지 향신료를 판매하는 ‘허브 & 스파이스(Herb & Spice)’,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인형 가게 ‘다펠(Dafel)’, 초콜릿 숍 ‘하이스 초콜릿(Haigh’s Chocolate)’ 등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금 걷다 다리가 아프면 트램(tram)을 타면 된다. 멜버른은 호주에서 트램이 연결되는 유일한 도시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트램이 곳곳을 연결해주는데, 2015년부터 도심에서는 무료로 탑승할 수 있게 되었다.


커피와 초콜릿, 와인과 미식의 도시

멜버른은 커피와 초콜릿, 미식과 와인의 도시이기도 하다. ‘호주의 커피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커피가 맛있고, 커피 문화가 발달했다. ‘브러더 바바 부단(Brother Baba Budan)’, ‘디그레이브스 에스프레소 바(Degraves Espresso Bar)’, ‘브루네티(Brunetti)’ 등 도심 골목에 유명한 카페가 많고, 시티 주변인 리치먼드(Richmond), 세인트 킬다(St. Kilda), 피츠로이(Fitzroy), 프라란(Prahran) 지역에도 카페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전통 깊은 초콜릿 바와 쇼콜라티에 학교도 많기에 초콜릿 투어를 감행하는 여행객도 있을 정도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연상시키는 초콜릿 천국 ‘야라 밸리 쇼콜라트리(Yarra Valley Chocolaterie)’도 꼭 포함시켜야 한다. 2012년 문을 연 공장으로, 벨기에 초콜릿과 현지 식재료로 만드는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은 이곳 빅토리아 주에서만 맛볼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식재료에 까다로운 미식가들에게 멜버른은 천국과도 같다. 멜버른에서는 굳이 오가닉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다. 날씨 좋고 환경이 깨끗한 빅토리아 주에서는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소, 돼지, 양은 드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자라며, 심지어 닭도 닭장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방목되어 건강한 달걀을 낳는다. 호주 제1의 도시로 시드니를 꼽는 사람들도 미식에서는 멜버른이 최고라는 것을 인정한다. 멜버니언은 파리지앵보다 미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는 도시 형성 요인과 지리적 위치와도 관련 있다. 골드러시 시대에 호주를 찾은 이민자들이 모여 살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독특한 식문화가 발달하게 된 것. 그리스인이 모여 사는 론즈데일 스트리트(Lonsdale St.), 이탈리아인들이 모인 라이곤 스트리트(Lygon St.) 등은 미식가들의 필수 방문 코스다. ‘리틀 사이공’으로 불리는 베트남 거리 스미스 스트리트(Smith St.)와 버크 스트리트(Bourke St.) 북쪽에 있는 차이나타운도 유명하다. 스페인, 일본, 태국, 한국 등도 커뮤니티에 가세하면서 식문화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또 빅토리아 주는 바다에 접해 있기 때문에 싱싱한 해산물이 원활하게 공급되며,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농장이 있어 과일과 채소도 풍부하다. 인근 야라 밸리에만 60여 개의 와이너리가 있는데, 유럽과 토양, 기후가 비슷해 시라즈(Shiraz)와 샤르도네(Chardonnay) 품종의 와인이 주로 생산된다.


광활한 호주 대자연의 품에 안기다

멜버른은 정원의 도시로 불릴 만큼 정원과 식물이 많으며, 도심에서 1시간만 벗어나도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 매혹적이다. 광활한 호주의 대자연을 상징하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빅토리아 주를 방문한다면 꼭 찾아야 할 명소다. 240km가 넘는 해안선을 따라 바닷가의 절벽을 깎아 만든 아찔한 고속도로인데, 해안 절벽 끝에 예수의 12제자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거대한 바위 기둥 ‘12사도(Twelve Apostles)’가 펼쳐진다. 렌터카로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고, 투어 버스를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12사도와 석회암 해안 침식 지형의 절경을 보다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15분간 헬기 투어를 하거나 91~14km를 직접 걷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Great Ocean Walk)를 선택할 수도 있다. 멜버니언도 즐겨 찾는 노천 온천 ‘모닝턴 페닌슐라 핫 스프링(Mornington Peninsula Hot Spring)’은 여행자의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637m 지하에서 샘솟는 온천수는 미네랄 성분을 함유해 류머티즘, 신경통, 아토피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Thomas & Friends)>의 모티브가 된 증기기관차 퍼핑 빌리(Puffing Billy)를 추천한다. 1백 년 역사의 퍼핑 빌리는 단데농(Dandenong) 지역의 벨그레이브 역(Belgrave Station)에서 매일 출발해 관목림 사이에 숨겨진 에메랄드 호수 공원을 지나 24.5km를 칙칙폭폭 운행한다. 기차가 아름다운 풍광 사이를 느리게 달리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현대인의 속도 경쟁에서 잠시 해방된 기분마저 든다. 남반구의 나라 호주는 지금 따뜻한 여름이다. 북반구의 서늘한 추위와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을 피해 멜버른에서 잠시 한숨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문의 호주 빅토리아 주 관광청(kr.visitmelbour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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